기업가로 성공하고 싶다면 나이키의 필 나이트처럼 멋진 경영자가 되길 원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필 나이트처럼 성공을 이룬 창업자는 극히 드물다. 1990년도 후반부터 2000년도 초반까지 212개 미국 신생 기업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그 기업이 상장되기 훨씬 이전에 경영권을 상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립 3년째에는 CEO의 50%가 그 지위를 잃었고, 4년째에는 40%만이 자리를 보전했다. 상장 이후에도 창업자가 CEO 직위를 유지한 기업은 25% 미만에 불과했다. 즉, 필 나이트와 같은 성공적인 창업가 겸 CEO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이다.
보통 창업가들은 직원들보다 돈을 훨씬 많이 번다고 생각하지만 항상 그렇진 않다. ‘Journal of Political Economy’에 2000년 발표된 논문과 ‘American Eco-nomic Review’에 2002년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창업자 집단 전체적으로 보면 이들이 직원일 때와 창업을 했을 때 벌어들인 돈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창업자들이 감당해야 하는 위험을 생각하면 직원이었을 때보다도 덜 받는다고 볼 수도 있다.
기업가들이 가끔 금전적인 목표에 반대하는 선택을 내린 이유는 조직을 만들어 이끌고 싶다는 욕심이 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두 가지 동기 중 하나를 극대화하면 다른 한 가지가 포기해야한다는 것이다.
즉, 돈과 경영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할 때가 온다는 의미다.
창업자들의 속마음
창업가들은 자신이 기업을 가장 잘 아니까 자신만이 기업을 잘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기업의 시작은 창업자의 머리에 있는 아이디어로 시작했고 그것을 비즈니스로 확장시켜 현실로 내놓았다. 그리고 비즈니스를 잘 운영하기 위해 조직문화를 만들고 관리했다. 이런 과정에서 창업자는 큰 자부심을 느낀다.
일반적인 창업가들은 기업을 자식처럼 생각하여 스스로 적은 임금을 받으면서 일에 몰두한다.
1996년부터 2002년 사이에 설립된 528개의 신생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51%의 창업자들이 임원과 동일하거나 적은 임금을 받는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하지만 창업자들은 자신감이 지나쳐서 직면한 문제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한다. 1998년 퍼듀 대학 아놀드 쿠퍼 교수와 그의 동료들은 3000명의 기업인을 대상으로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당신의 사업이 성공할 확률은 어떻습니까?” “당신과 같은 산업 군에 속하는 기업이 성공할 확률은 어떻게 보십니까?” 평균적으로 자신의 성공 확률을 81%, 다른 기업의 성공 확률은 59% 라고 답했다.
결과를 보면 창업자들은 확실히 확증편향에 빠져서 기업의 문제를 정확하게 보지 못한다는걸 알 수 있다.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고통
창업자는 자신이 더 이상 직원들에게 통찰력을 줄 수없다는 걸 깨닫고 벤처 캐피털과 엔젤투자자에게 투자해달라고 말한다. 이 과정에서 가끔 경영권을 포기하기도 한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사외이사로 기업 이사회에 참여하여 경영권을 간섭한다.
창업자가 이사회에서 권력을 잃으면 지위가 흔들리게 되고 결국 경영권을 넘기라는 압박을 받게 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창업자가 경영 성과를 냈을 때에도 경영진 교체 압력이 발생한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스타트업의 첫 목표는 상품개발이다. 많은 창업자들은 상품개발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능력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첫 성공 이후에 창업자들은 다른 문제에 직면한다. 마케팅, 대량 판매, 애프터서비스이라는 큰 벽을 넘어야 한다. 기업 재정은 더 복잡해져 재무 담당자와 회계 담당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다. 이 와중에 업무 프로세스와 위계질서를 보다 체계화하고 특정 직무도 개발해야 한다. 이처럼 CEO에게 엄청난 역량을 요구하여 결국 능력 범위를 벗어난다.
특히 기술 분야에서는 설립 초창기에는 적합할지도 모르나 기업이 성장하면 다른 유형의 인재가 필요하다. 450개 신생 기업의 이사회를 분석한 결과 CEO가 마케팅 또는 판매 전문가이거나 평균 13년 이상의 경력이 있는 기업보다, CEO가 창업자이며 과학이나 기술 분야의 전문가인 기업의 이사회가 투자자의 통제를 더 많이 받았다.
결국 창업자가 외부 자금과 새로운 기술을 더 빨리 도입할수록 더 빠르게 경영권을 상실한다. 성공으로 인해 창업자는 기업을 이끌 역량이 부족하여 결국 쫓겨나게 된다.
투자자가 창업자를 압박하여 경영권을 뺏은 예를 들어보자
2001년 캘리포니아의 한 인터넷 통신 회사가 처음으로 시스템 개발을 마쳤을 때 투자자는 새 CEO를 지명했다. 투자자들은 기업의 조직과 운영을 심도 있게 다룰 수 있는 경험 많은 CEO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창업자는 이 제안을 거부했지만 투자자는 창업자가 CEO직을 사임하기까지 5개월간 엄청나게 압박을 했다.
선택의 시간
결국 창업자는 선택을 해야 할 시간이 온다.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투자자를 많이 모을지 아니면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최소한의 투자자만 모을지, 양자택일해야 한다.
이런 상황을 '부'와 '권력'의 상충관계로 설명할 수 있다. 부는 기업의 가치는 증대시키지만 CEO의 지위를 축소시키고 권력은 CEO 지위는 유지하지만 기업의 가치는 상실될 수 있다. 필 나이트처럼 부와 권력을 가지려면 기업 설립 과정에서 두 가지를 어떻게 조화롭게 만드느냐가 핵심이다.
권력을 포기하고 부를 이룬 예를 들어보자.
오크햄 테크놀로지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짐 트리안디플로는 2000년 기업의 생존을 위해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경험이 적은 엔젤 투자자와 유명 벤처 캐피털 회사로부터 투자 제안을 받았다. 엔젤 투자자는 이사회의 통제권을 주겠다고 했고, 벤처 캐피털 회사는 이사회 5석 중 2석의 통제권을 주겠다고 했다. 트리안디플로는 벤처 캐피털 회사가 오크햄을 성장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고심 끝에 트리안디플로는 위험을 감수하고 벤처 캐피털 회사에 지분을 팔았다. 그는 이사회 통제권을 잃었지만 자금과 전문 지식을 얻었고 오크햄의 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었다.
반대인 예를 들어보자.
반면 다른 설립자는 통제권을 유지하기 위해 기업을 위기에 빠뜨렸다. 존 가버트가 설립한 가구 판매기업인 룸 앤 보드는 성공적으로 9개의 지점을 열었으나 경영권 방어를 위해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는 외부 투자자의 제안을 거절했다. 최대한 혼자서 기업을 운영하고 싶어 하는 가버트는 2007년 10월 비즈니스위크와의 회견에서 “부와 권력 사이의 상충 관계가 너무 크다”라고 말했다.
부와 권력을 동시에
부와 권력을 동시에 얻는 방법이 있을까?
여기서 이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사회는 창업자가 특정 영역에 관심이 있을 때 집중하게끔 도와주고 신임 CEO는 그 외의 분야를 전담하게 한다. 이런 방법으로 창업자와 CEO가 좋은 관계를 형성하게 만들어야 한다.
또 다른 방법은 창업자들이 CEO 직을 오래 맡고 싶다면 새로운 기술을 배워야 한다. 따라서 이사회는 창업자가 새로운 역할을 시도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창업자는 경영 통제권을 다시 가질 수 있다.
그 예로는 1998년 이링크(E-link)의 이사회가 신임 CEO를 지명했을 때 공동 창업자인 러스 윌콕스는 그에게 필요한 기술을 확인했다. 윌콕스는 재무, 마케팅, 판매, R&D 등의 부서에서 순환 근무하며 필요한 기술을 익혔다. 2004년 이사회가 신임 CEO를 찾아 나섰을 때 윌콕스만한 사람을 찾을 수가 없었다. 2004년 이후 윌콕스는 계속 CEO직을 맡고 있다.
필 나이트처럼
나이키 하면 광고이고 광고하면 나이키라고 할 정도로 나이키는 완벽한 마케팅 기술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필 나이트가 처음부터 완벽한 마케팅 기술을 가진건 아니었다. 처음엔 일반적인 창업자처럼 상품개발에만 몰두하다가 10억 달러 매출을 기록한 후에 마케팅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10년 동안 화려하게 성장하다가 필 나이트는 에어로빅 시장에 대해 잘못 판단하여 큰 손해를 봤다.
결국 필 나이트에게도 일반적인 창업자들처럼 위기가 왔지만 제품 개발을 너머 고객의 마음을 공략해야 살아남는다는 생각으로 마케팅에 사활을 걸었다.
필 나이트와 바우어만은 마라토너인 존 앤더슨과 인연을 맺게 됐고 보스턴 마라톤에서 우승하게 되어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줬다. 이후 지미 코너스는 나이키 신발을 신고 윔블던과 US오픈에서 우승했고, 헨리 로노는 나이키를 신고 네 개의 육상 기록을 세웠죠. 보스턴 셀틱스와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 농구팀 선수들도 나이키를 신었다.
결국 필 나이트는 마케팅 역량을 극대화하여 기업이 운동화 시장을 지배하게 됐고 CEO 자리도 굳건하게 지킬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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