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말하여 크라우드 소싱이 혁신을 이끈다고 말한다.
크라우드 소싱이란?
크라우드소싱은 대중과 아웃소싱의 합성어로, 기업 활동 일부 과정에 대중을 참여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제품을 개발하거나 서비스 개선 등의 분야에 대중들을 참여시키면 기업 입장에서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실질적인 의견을 들을 수 있고, 대중들은 피드백 참여에 하여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집단지성을 발휘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크라우드 소싱에는 쓸모없는 아이디어들이 쏟아지곤 한다. 가끔 이런 아이디어들이 기업의 의사결정을 방해하고 업무 진행을 가로막을 뿐 아니라 기업 자체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
많은 크라우드소싱 캠페인이 아이디어가 채택되면 보상을 주겠다고 홍보하지만 어떤 보상을 얼마큼 줄지 결정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연구에 따르면 기업은 내부적으로 결정되지 않은 아이디어를 잘 채택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페이팔의 크라우드 소싱
페이팔은 최근 크라우드 소싱으로 앱을 출시했다.
크라우드 소싱 펀드레이징 플랫폼인 제너러시티 네트워크를 출시했다. 이는 고 펀드 미 또는 페이스북 펀드레이저와 비슷하게 개인이 자신이나 도움이 필요한 다른 사람 또는 소기업이나 자선단체를 위해 모금할 수 있는 툴을 제공하는 것으로 독일과 영국을 시작으로 하여 글로벌로 확장할 계획이다.
페이팔 역시 집단지성의 문제를 피하기 위해 벤처캐피털의 원리에서 착안한 새로운 접근법을 개발했다. 매년 열리는 페이팔의 글로벌 혁신 토너먼트에서 참가자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일반적인 경연 대회처럼 제출한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이들은 투자가의 역할을 수행한다. 누가 제출했는지와 상관없이 자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아이디어에 돈을 거는 것이다. 3만 명의 페이팔 전체 임직원이 이 투자 라운드에 참여할 수 있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혁신
투자 라운드에 페이팔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WoW'라는 블록체인 토큰이 있다. 직원들은 특허 등 혁신에 관여하는 만큼 토큰을 받게 된다. 이렇게 받은 토큰으로 평소에 할 수 없었던 경험을 누릴 수 있다.
그 예로는 상사를 스카이다이빙 교습에 데리고 가기, 댄 슐먼 CEO로부터 직접 호신술 강습받기, 스리 시바난다 CTO가 직접 집에 방문해 홈 네트워크 및 스마트 스피커 시스템 세팅해 주기 등이 있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투자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페이팔은 엄청난 액수의 WoW 토큰을 참여하는 모든 직원에게 제공한다. 직원들은 경연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생각하는 프로젝트들에 투자할 수 있다.
또한 페이팔은 하나의 아이디어당 투자 규모를 100 WoW 토큰으로 제한한다. 참여자들이 다양하게 투자 포트폴리오를 운용하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계속 찾아 나서도록 만들기 위함이다.
최종 라운드까지 진출한 아이디어 세 개에 투자한 참여자는 자신이 건 토큰에 대한 많은 보상을 받는다. 경연에서 승리한 아이디어를 후원한 것에 대해서는 200배, 그 외 입상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100배의 토큰을 받는다. 그리고 최종 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한 아이디어에 건 토큰을 잃게 되는 것도 현실 세계에서의 투자와 비슷하다.
아이디어가 현실에서 시행되기까지
2019년 인턴 몇 명의 제안에서 시작하여 이제는 연례행사로 자리 잡은 이 토너먼트는 여러 달 동안 진행된다. 총 6개 라운드로 이뤄져 있으며 아이디어 제출로 시작해 마지막에는 가장 훌륭한 세 팀이 각자의 아이디어와 전략의 우수성을 페이팔 고위 경영진 앞에서 발표하는 것으로 끝난다. 이 방식은 샤크 탱크 등 유명 투자 유치 리얼리티 프로그램과 비슷하다.
그리고 최종 선정된 아이디어는 실제 시행될 수 있다.
문제는 전 세계의 주요 페이팔 임원진에 의해 만들어진다. 토너먼트에 제출된 아이디어가 기업에 중요성을 갖는 영역에 집중하고 있는지 판단한다.
보통 '성장 시장' '사회적 혁신'과 같은 포괄적인 주제를 다루며 다양한 문제가 제시된다.
예를 들면 "은행 계좌가 없고 디지털적으로 소외된 사람들 및 실직, 만족스럽지 않은 직장 상황을 경험하고 있는 이들의 니즈까지 충족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제품을 창조 또는 개선할 수 있을 것인가?"
"고객(사)의 효과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 등이다.
2019년 토너먼트에는 1500건의 아이디어가 몰려들었다. 2020년에는 2500건을 훌쩍 넘었다. 제출된 아이디어는 1차 심사를 진행해 적합성과 실행 가능성을 검증한다. 이 심사를 통과한 아이디어를 대상으로 투자자들은 WoW 토큰을 투자할 대상을 물색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많은 투자 금액을 유치하는 상위 100건의 아이디어는 다음 라운드로 진출한다.
이 라운드에서 각 팀은 한 페이지 분량의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며 대회 시작과 함께 문제를 만든 임원진에게 평가된다. 하나의 문제당 2~3개의 아이디어가 선정돼 25건의 아이디어가 다음 라운드에 진출한다. 이 라운드에서 각 팀은 1분 분량의 비디오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인다. 이후 페이팔 직원들은 가장 자신의 마음에 드는 아이디어 3개에 투표한다.
이 단계에서 상위 10위 안에 드는 아이디어들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며, 이후 각 팀의 열띤 홍보가 펼쳐진다. 여기서 다시 3개의 아이디어만이 추려진다. 이들은 페이팔 전체를 대상으로 하며 임원급 경영진이 시상하는 최종 행사에 진출한다.
2019년에는 다양한 국제적 배경을 가진 다기능적 4인조 팀이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이들은 시장 조사를 실시하고 사용자 경험을 재고했으며 페이팔 고객사와 거래 업체들이 전개하는 기후변화 대책 홍보를 위해 디자인된 결제 콘셉트를 시범 운영했다.
토너먼트 행사 후 이 팀은 페이팔의 글로벌 혁신 및 환경적 지속가능성팀과 협업해 기업 플랫폼 내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을 촉구하며 고객사가 탄소 발자국 절감을 실천하도록 돕는 시제품을 개발했다.
2020년 최종 승자는 페이팔이 어떻게 더 효율적이고 즉각적인 방식으로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를 다뤘다. 해당 팀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고객 상호작용을 실시간으로 자동 분류하고 이에 대한 솔루션을 자동 발생시키는 인공지능 기반의 프레임워크를 제안했다.
이 아이디어는 여러 해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로 발전했고 이미 몇개는 현실화됐다. 평균 고객 서비스 처리 시간을 단축하고, 고객이 문제를 더욱 정확하고 세부적으로 설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통해 고객 서비스 통화량을 축소한 것이 그 예다.
사람들은 경연을 어떻게 생각할까
2019~2020년 토너먼트 행사 후 실시된 조사에서 행사의 훌륭한 점과 효과가 드러났다. 수백 명의 참가자는 아이디어 제기와 투자를 동시에 하며 다른 많은 아이디어에 응답했다.
응답자의 4분의 3은 투자 라운드 전망을 통해 동료 직원들이 투자할 가능성이 더 큰 아이디어는 무엇일지 더욱 신중하게 생각하게 됐다고 답했다. 또한 대다수가 투자가 가능하다는 행사 특징으로 인해 더 많은 아이디어를 제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크라우드소싱의크라우드 소싱의 주요 문제로 현금성 부상과 같은 고액 보상을 통해 제출되는 아이디어의 수는 늘릴 수 있지만 그 질까지 개선되지는 못한다는 점이 지적돼 왔다. 페이팔 행사에서 제출 아이디어의 질과 양이 모두 증가했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투자가 가능한 점이 크라우드 소싱의 주요 문제를 해결했다고 볼 수 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투자 라운드의 경쟁 전망이 제출 아이디어의 질과 양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응답자의 3분의 2는 투자 라운드가 경쟁의 전반적인 수준을 높였다고 생각했다.
참가자가 인지한 경쟁 수준과 동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 신경 쓰는 정도 사이에 30퍼센트의 긍정적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참가자가 제출을 위해 선별한 아이디어의 수와 참가자가 인지한 경쟁 수준 사이에는 50퍼센트에 달하는 강한 긍정적 상관관계가 관찰됐다.
즉, 투자 라운드로 인해 경쟁 수준이 높아졌다고 생각하는 참가자 수가 늘어날수록 외부 검증에 대해 생각하는 이들이 늘어났고 결과적으로 제출된 아이디어 수도 많아진 것이다.
토너먼트의 성공에 기여한 또 다른 요인으로는 사람들의 내재적 동기를 자극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응답자의 90퍼센트 이상이 고객 경험 개선 또는 기업의 성공을 위해 토너먼트에 참여했다고 답했다. 또한 비슷한 비율의 응답자가 토너먼트 자체가 “재미”있었다고 답했는데, 그 이유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다른 동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글에서 소개된 프로그램의 결과에 고무된 페이팔은 앞으로도 해당 행사를 계속하려 하고 있다. 또한 페이팔은 비슷한 행사를 실시하려 하는 다른 기업들에도 이 행사와 관련된 지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런 혁신적 접근법이 혁신적 아이디어에 대한 크라우드소싱 방식을 실제로 재정립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하지만 이 방식을 통해 아이디어의 양과 질이 향상되는 것을 목격했기에 그 잠재력과 효과를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페이팔은 크라우드 소싱으로 직원들의 사기를 높였을뿐만 아니라 미래에 닥칠 문제의 해법까지 이미 가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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