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자사주 매입은 미래 경제를 위태롭게 하는가?
미국 대기업은 정말 경제에 도움이 안되는가?
미국 경제가 저성장과 소득불평등 심화라는 두 가지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는건 대다수가 알고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문제점을 미국 대기업들 탓으로 돌린다. 대기업들이 사업에서 벌어들인 현금을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기 보다는 자사주 매입과 배당으로 주주들에게 환원하여 고용 증가를 막고 미래의 경제를 위태롭게 만든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지나친 주주환원은 주주와 경영자들의 배만 불리는 반면 임금 정체를 초래해 불평등을 심화시킨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그렇다면 얼마나 효과가 좋길레 초일류기업들이 자사주를 매입하여 소각하는 것일까?
자사주 매입·소각의 효과
미국 대기업들은 자사주 매입·소각을 배당보다 주가 부양·안정 효과가 큰 주주 환원 정책이라고 보고 이를 적극 활용한다. 주가 상승은 더 많은 투자금 유치를 의미하므로 주주들은 물론 기업한테도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애플은 지난해에만 102조원(855억 달러)어치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했는데 이 기간 주가는 130달러대에서 170달러대로 우상향하면서 크고 작은 악재에도 순항했다. 이를 포함해서 2018년 초부터 현재까지 애플 주가는 4배 넘게 뛴 상태다. 반면 이 기간 자사주 매입·소각이 없었던 삼성전자는 주가가 1.5배 정도 되는 데 그쳤다. 이것이 미국 대기업이 보는 자사주 매입의 분명한 효과이다.
기업 입장에선 자사주 매입·소각이 재무구조 안정에도 도움을 준다. 예컨대 미처분이익잉여금(영업 활동으로 발생한 순이익금 중 따로 처리하지 않아 남은 것)을 과도하게 보유하고 있으면 내야 하는 법인세가 늘어날 수 있다. 특히 가업 승계나 상속 등으로 지분 변동이 발생했을 때 과세당국이 더 많은 세금을 추징할 만한 근거로 미처분이익잉여금 규모를 살펴볼 수 있다. 물론 미처분이익잉여금은 사내 상여금 지급이나 주주 배당으로 처리할 수 있지만 돈이 그래도 남거나, 혹은 주가 부양 필요성이 강한 경우 이를 자사주 매입·소각에 쓰는 게 나을 수 있다.
재무안정에 도움을 줄 뿐만아니라 경영권 안정·강화용 히든카드로 최고다. 대주주는 자사주 매입으로 지분율을 높여 의결권 강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적대적 인수·합병으로부터 경영권을 지키려면 우호지분이 최대한 많아야 하는데, 이 경우 자사주 자체가 우호지분으로 쓰일 순 없지만 우호적인 기업과 서로 주식을 교환하는 식으로 우호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이런 경영권 안정·강화 목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면 주주들이 기대하는 소각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자사주 매입에 관한 비판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는 “자사주 매입처럼 수익을 즉각적으로 주주들에게 환원하는 것”을 경고하며 이는 “성장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혁신, 인재, 필수적 자본지출에 대한 투자를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바이든은 높은 수준의 자사주 매입으로 “기업투자가 크게 감소했으며, 이로 인한 피해의 대부분을 근로자들이 입었다”고 발언했다. 이들은 기업의 순이익에서 주주환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는 점을 지적한다. 매사추세츠대의 윌리엄 라조닉 교수가 밝힌 대로, 2003~2012년간 S&P500 기업들은 순이익의 91%를 자사주 매입과 배당에 사용했다.
하지만 이런 비판들은 경영자들의 장기적 성공에 대한 생각과는 배치된다. 보잉의 데니스 뮬런버그 CEO는 “지난 100년간 보잉이 성공한 것은 혁신 덕분이며, 우리는 미래를 위해 계속 혁신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전 CEO는 “장기 전략이 가장 중요하다”고 자신의 경영철학을 요약했다. 그리고 S&P500 기업의 공시자료에서 R&D 지출과 현금보유 현황을 살펴보면 경영자들이 밝힌 것처럼 실제로도 혁신을 위해 상당한 금액을 지출하고 있으며, 더 많은 지출을 위한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자사주매입에 관한 진실을 알려면 S&P500 기업이 실제로 주주환원과 내부투자에 자본을 어떻게 배분하고 확인하면 된다.
데이터로 알아본 자본배분
10년동안의 데이터를 확인해보면 대기업들은 실제로 상당한 금액의 자본을 R&D 지출 및 자본 지출에 쏟아붓고 있었다.
분명히 순이익 중 자사주 매입과 배당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7~2016년간 96%로 높았다. 그러나 이 수치는 두 가지 중요한 요인을 배제하고 있어 많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첫째, S&P500 기업이 자사주 매입의 형태로 주주에게 환원하는 자본의 상당 부분이 주식발행을 통해 기업들에 되돌아간다는 점이다. 즉, 이들 기업은 주주로부터 자사주를 매입하기도 하지만 주식을 발행하여 투자자들에게 직접 판매하기도 하고 직원들에게도 주었는데 직원들이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판매하기도 한다. 이러한 자금 흐름을 고려하면 전체 그림이 상당히 달라진다. 실제로 2007~2016년 S&P500 기업의 자사주 매입과 배당뿐 아니라 주식발행도 함께 고려한 순주주환원은 순이익의 약 50%밖에 되지 않는다.
둘째, 순이익은 투자를 위해 잠재적으로 가용한 이익이 얼마인지 살펴보기에 적절하지 않은 지표다. 왜냐하면 순이익은 R&D 투자 및 기타 여러 미래를 위한 지출을 이미 뺀 후의 이익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살펴보기 위해서는 R&D 지출과 순이익을 더한 ‘R&D 조정 순이익’을 구해 보아야 한다. 앞선 산식에서 분모를 순이익이 아니라 R&D 조정 순이익으로 바꾸면 2007~2016년 S&P500 기업의 순주주환원율은 약 41%밖에 되지 않는다.
S&P500 기업의 주주환원율은 회사와 주주 간 자본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미국 경제에서 S&P500 기업의 역할을 확대하여 해석한 결과이다. S&P500 기업은 전체 기업이익의 50%, 고용의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S&P500 기업의 순주주환원이 미국 경제 전반의 장기 건전성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S&P500 기업이 전체 기업에 대해 끼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S&P500 기업의 주주들에게 흘러 들어가는 자본이 그냥 소모되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주주들은 S&P500 외 다른 상장기업, 그리고 비상장기업에도 상당한 현금을 투자하며 이는 경제 전반의 혁신과 고용 성장에 기여한다.
S&P500 주주환원 때문에 미국 경제의 투자가 메마르고 있다는 주장은 데이터와 부합하지 않는다. 이제 지난 10년간 S&P500 기업의 자본지출과 R&D 투자에 대한 분석결과로 앞의 주장에 반론을 제기한다.
우선 S&P500 기업의 순이익에서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몫의 비중이 높은 것은 맞다. 2007~2016년 S&P500 기업은 자사주 매입으로 4조2000억 달러, 배당으로 2조8000억 달러를 지급해, 순이익의 96%인 총 7조 달러를 주주들에게 지급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총 1880억 달러라는 가장 많은 금액을 주주들에게 지급했다.
이러한 통계는 S&P500 기업이 장기투자에 필요한 자본을 모두 소모해 버리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해 주는 좋은 근거로 보인다. 기업들이 순이익의 대부분을 자사주 매입과 배당으로 써버린다면 당연히 투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러나 데이터를 좀 더 면밀히 살펴보면 위의 결론에 의문을 제기하게 되며,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미래에 투자하는 대기업의 자본
첫째, 기업의 내부투자가 증가하고 있다. 기업들이 순이익의 대부분을 주주들에게 돌리고 있다면 당연히 기업투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난 25년간 매출에서 CAPEX와 R&D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 (경제학에서 투자집약도를 가늠하는 일반적 지표)을 보면, S&P500 기업의 전반적 투자집약도는 비록 연도별로는 다소 증감이 있으나 지난 10년간 꾸준히 상승해 현재는 1990년대 말 이래 거의 최고 수준에 도달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S&P500 기업들이 주주환원에 많은 지출을 하지만 여전히 미래를 위한 투자에 많이 돈을 투입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번째, 현금보유량이 풍부하다. S&P500 기업 투자집약도가 꾸준히 상승했지만, 주주에게 그렇게 많은 자본을 지출하지 않았다면 투자가 지금보다 더 증가했을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업은 엄청난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금보유량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2007년 S&P500 기업은 2조8000억 달러를 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투자)으로 보유했다. 그 후 10년간 금액은 약 50% 증가해 2016년에는 4조3000억 달러에 달했다.이 기간 총자산 대비 현금보유량은 약 30% 증가했다. 물론 이 중 일부는 해외에 보유돼 있으며, 투자를 위해 국내로 송금하면 세금이 부과된다. 그러나 동기간 국내와 해외의 현금보유 상태도 일정하게 유지되거나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2016년 기준 해외에 보유되었던 모든 현금이 송금되어 최대세율인 35%의 세금이 부과된다고 하더라도, 2016년 S&P500 기업에 약 2조8000억 달러의 금액이 내부 투자를 위해 가용한 상태가 된다.
그렇다면 한 편으로는 상당한 투자와 현금보유, 다른 한 편으로는 과도한 주주환원이라는 모순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가장 큰 문제는 지표 자체에 있다. 주식발행으로 상쇄되는 부분을 감안하지 못하며 매출에서 순이익에 이르기까지 차감되는 어떠한 비용도 투자 관련 비용이 아니라고 잘못 가정하고 있다.
새로운 주주환원 지표 : 순주주환원
회사와 주주 간 얼마만큼의 자본 흐름이 있는지를 제대로 보려면 자사주 매입과 배당에서 주식발행을 차감한 순주주환원을 살펴봐야 한다.(자사주 매입+배당-주식발행 = 순주주환원)
주식발행은 회사가 증권사, IB 등 중개인을 통해서 혹은 공개 주식시장에서 직접 일반투자자자들에게 현금을 대가로 받고 주식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식발행은 간접적으로 이루어진다. 회사가 현금 이외의 경제적 대가를 받고 주주가 아닌 누군가에게 주식을 넘긴다. 그러면 그 누군가는 자신이 받은 주식을 시장 투자자들에게 팔고 현금을 받는다. 이때, 그 경제적 대가는 자산(예를 들어 인수기업이 피인수기업의 주주들에게 자사 주식을 발행)이나 서비스(예를 들어 회사 직원들에게 보상으로 주식을 부여)가 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주식발행은 간접적 방식이다. 총 주식발행의 약 50%는 회사 임직원들에게 부여되며, 이 중 대부분인 85%는 경영진이 아닌 직원들에게 돌아간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직접적 주식발행과 간접적 주식발행은 동일하다. 한 회사가 직원에게 100달러를 지급하고 싶지만 해당 예산으로 가용한 현금이 없다고 가정해 보자. 회사는 직원에게 대신 100달러 가치의 주식을 부여해 주고, 직원은 주식을 투자자에게 판매하고 100달러의 현금을 챙길 수 있다. 또는 회사가 주주에게 직접 주식을 판매하여 100달러 현금을 받고, 그 현금을 직원에게 지급할 수도 있다. 두 상황은 회사, 직원, 주주에게 정확히 똑같은 효과를 가져온다.
주식발행을 감안하면 엄청난 차이가 발생한다. 예를 들면 이런 요소를 고려한 2007~2016년 마이크로소프트의 순주주환원은 1390억 달러로 추산되며, 이는 자사주 매입과 배당 금액인 1880억 달러보다 26% 줄어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만 특별한 예외인 것은 아니다. 2007~2016년 S&P500 기업 전체로 보면 직간접 주식발행은 3조3000억 달러로 추산되며, 이는 동기간 자사주 매입 4조2000억 달러의 약 79%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순이익 대비 비율로 보면, S&P 기업의 주주환원율은 96%이지만, 순주주환원율은 이보다 훨씬 낮은 50%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거듭 강조하지만 주주환원을 계산할 때 주로 사용되는 순이익은 내부투자에 쓸 수 있는 이익을 따져보기에 적절하지 않은 지표다. 왜냐하면 순이익을 구하기 위해 차감되는 모든 비용이 미래지향적 투자와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감되는 주요 비용 중 하나가 연구개발비(R&D)로 이것은 당연히 미래지향적 투자비용이다. 따라서 순이익은 기껏해야 CAPEX와 ‘추가적’ R&D 투자를 위해 가용한 금액을 보여주는 지표에 불과하다.
결과에 따르면 2007~2016년 S&P500 기업이 전체 순이익의 약 28%를 R&D 지출로 사용했다. 세금 영향을 차감한 R&D 비용을 순이익에 더하면 R&D 조정 순이익을 얻게 된다. 여기에 주주환원에 추가적으로 주식발행까지 감안하고 나면, 전체 그림이 상당히 달라진다. 2007~2016년 S&P500 기업의 R&D 조정 순이익 대비 순주주환원율은 41.5%밖에 되지 않는다. 즉, S&P500 기업들은 CAPEX, R&D, 기타 투자를 위해 쓸 수 있는 금액이 5조2000억 달러나 된다.
주주환원이 더 많은 빈부격차를 발생시키는가?
S&P 기업 순주주환원에 대한 또 다른 비판은 빈부격차 확대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특히 자사주 매입은 일반 직원들을 희생시켜 경영자와 주주들의 배만 불린다고 비판한다. 일부 경영자들이 자사주 매입을 통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경우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실상 순주주환원이 전반적 소득불평등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할 만한 근거는 없다. 각각의 입장을 살펴보자.
직원 - S&P500 기업의 직원들은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에 따라 시스템적인 피해를 입기 어렵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S&P500 기업의 R&D 조정 순이익의 절반 이하가 주주들에게 돌아가고, 나머지는 투자에 사용되거나 이미 풍부한 현금잔고에 더해지게 된다. 따라서 S&P500 기업이 직원을 해고하는 경우가 현금 부족으로 인한 인력감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사업 환경의 변화 때문인 경우가 더 많다. 지금과 같이 다이내믹한 시장 경제에서 기업의 확대 및 축소는 빈번하게 일어나며, 축소되는 회사에서 성장하는 회사로 직원과 자산은 움직인다. 만약 어떤 회사가 주주에게 현금을 환원하고 인력도 감축한다면, 이는 아마도 회사가 자사의 모든 현금이나 모든 직원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해서이며, 주주환원 그 자체가 인력감축을 야기하는 것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물론 한 성장 전망이 밝은 S&P500 기업이 과거에 너무 많은 현금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바람에 어느 날 필요한 근로자를 고용 유지하거나 신규 고용하기에 현금이 부족해졌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회사는 현금 조달을 위해 주식을 발행하면 된다. 또는 직원에게 현금 지급을 줄이고 보상의 일부분을 주식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 상장기업은 직간접 주식발행을 통해 손쉽게 추가적 자금조달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S&P500 기업의 직원들이 주주환원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다는 비난이 사실이라도 그 영향이 국가 전체 근로자들에게도 피해를 준다고 확대 해석하면 안된다. 주주환원의 전반적 영향을 이해하려면, 근로자의 80%가 고용되어 있는 비상장기업과 S&P500 외 기업에 대한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자본이 S&P500 기업에서 흘러나와 비상장기업과 S&P500 외 기업에 투자된다면, 여기에 고용된 근로자들은 오히려 이익을 보게 될 것이다.
주주 - S&P500 기업 주주의 소득과 관련해서 배당과 자사주 매입은 보기보다 더 미묘한 영향을 끼친다. 주주의 관점에서 주주환원은 단지 주식 가치에서 현금으로 부의 형태가 바뀌는 것에 불과하다. 주주가 미래 어느 시점이 아니라 올해 현금을 얻게 되므로 소득이 실현되는 시점이 바뀐다. 그러나 전반적 부의 크기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따라서 주주에 대한 주주환원의 영향이 사회에서 지속적이고 시스템적인 부의 분배 영향의 원인이 아니다.
물론 주주가 환원받은 현금을 회사 외부에서 운용하여 회사 내부에 그대로 두었을 때보다 높은 수익을 얻게 된다면, 이러한 특정 주주환원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주주의 총수입을 증가시킨다. 그러나 이는 칭찬할 일이지 안타까워해야 할 일이 아니다. 경제 전체 파이가 작은 것보다는 큰 것이 낫다.
경영자 - S&P500 경영자에 대해서도 상황이 복잡하다. 기업 리더들은 현금 환원, 특히 자사주 매입의 형태로 환원을 할 때, 주주에게는 경제적 이익이 없다고 하더라도 경영자 자신들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경영자는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당순이익(EPS) 보너스 목표를 달성하거나 간접적으로 내부거래에 참여할 수 있다. 이런 식의 주주환원 조작은 대부분 일반 투자자인 주주들에게 피해를 준다. 경영자가 부당하게 취한 추가 이익을 주주들이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 직원들은 주식을 소유하고 있지 않는 한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는다. 만약 회사 외부에서보다 회사 내부에서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었는데 경영자의 소득을 늘리기 위해 현금이 주주에게 환원된 것이었다면 주주들이 입는 피해 규모는 더 커진다.
기업 리더들의 주주환원 조작은 고소득 주주로부터 그보다 더 소득이 높은 경영자에게로 소득을 이전시킴에 따라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사회 전반에 대한 영향은 크지 않다. 예를 들어, 주주환원 조작으로 어느 한 해에 S&P500 기업 경영자의 소득을 20% 혹은 그 이상으로 크게 증가시켰다고 하더라도, 경영자의 소득에 대한 평균적인 영향을 따져보면 훨씬 작아지게 된다.
보다 중요한 점은 S&P500 경영자들은 미국 경제 최상위층 0.1%인 12만 가구 중 매우 작은 부분을 차지하며, 상위층 1%인 120만 가구를 기준으로 보면 더욱 작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주주환원으로 모든 S&P500 경영자의 소득을 매년 20%씩 부당하게 증가시킨다고 하더라도, 미국의 불평등 지수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한다. 경영자들이 주주환원을 기회주의적으로 악용하는 것은 분명 심각한 문제이지만, 이에 따른 피해는 직원들이 아니라 주주가 입게 되며, 사회 전반적 소득 불평등에 끼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결론
S&P500 기업의 자사주 매입과 배당으로 인해 기업이 투자나 직원들의 급여 지급에 사용해야 할 자본을 박탈하므로 경제에 피해를 준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없다. S&P500 기업은 전혀 자원부족의 문제를 겪고 있지 않으며, 거의 최고 수준의 투자를 하고 있고, 이미 막대한 양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투자를 위해 가용했던 이익 중 S&P500 기업의 주주에게 돌아간 비율은 41.5%로 그다지 높지 않았으며, 일각에서 주장하는 수치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S&P500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자본의 일부는 S&P500 외 상장기업과 비상장기업에 재투자되어, 이들의 성장 및 고용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또한 주주환원이 소득 불평등에 유의미한 수준으로 기여하고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S&P500 기업에 심각한 기업 거버넌스 문제가 있을 수 있겠지만, 데이터에 따르면 과도한 주주환원은 문제가 아니다.
'기업에 눈뜨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페이팔의 크라우드 소싱 (0) | 2022.08.18 |
---|---|
아마존의 진짜 성장동력 (0) | 2022.08.17 |
필 나이트처럼 부와 권력 얻기 (0) | 2022.08.16 |
투자 대상 기업을 찾는 15가지 포인트(필립 피셔) (0) | 2021.03.20 |
1%도 안되는 지분으로 엑슨모빌을 바꾸는 헤지펀드 (0) | 2021.03.1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