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G. 에클스는 옥스퍼드 사이드 경영대학원의 경영실무학과 초빙 교수이며,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수석고문이다.
콜린 메이어는 옥스퍼드 사이드 경영대학원의 경영학과 교수이자 전 학장이다. 저서로는 '왜 우리는 기업에 실망하는가(Firm Commitment)'가 있다.
행동주의 투자의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흥미로운 일이 에너지 공룡 기업 엑슨모빌(ExxonMobil)의 주주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엔진넘버원(Engine No. 1)이라는 이름의 신생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엑슨에 새로운 동력을 공급하자”라는 캠페인을 벌이며 엑슨에 광범위한 개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죠.
엑슨모빌(Exxon Mobil Corporation or ExxonMobil)은 미국의 석유 회사이다. 1999년 11월 30일 엑슨(Exxon)이 모빌(Mobil)을 835억 달러에 흡수합병하여 매출액 기준 세계 최대의 석유기업으로 재탄생했다. 본사는 텍사스주 어빙에 있다. 전 세계에 엑슨모빌의 상품은 엑슨(Exxon), 모빌(Mobil), 에쏘(Esso)라는 이름으로 유통되고 있다.
엑슨모빌은 실질적으로 스탠더드 오일의 후신이다. 스탠더드오일은 1870년 존 D. 록펠러가 동업자들과 함께 오하이오주의 클리블랜드에서 설립하였다. (→1870년~1911년의 역사에 대하여는 스탠더드 오일 참조) 1911년에 미국의 반트러스트법(반독점법) 위반으로 인해 저지스탠더드오일(엑슨), 캘리포니아스탠더드오일(셰브런), 뉴욕스탠더드오일(모빌) 등 34개의 독립회사로 해체되었다. 그 후 엑슨과 모빌은 석유 산업 시장권내에서 경합을 벌이다 1999년 엑슨이 모빌을 흡수합병하였다. 이는 당시 까지의 석유 산업 내 최고의 인수 비용을 들인 것으로서 이 결과 엑슨모빌은 세계 최대의 석유회사로서의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으며 현재의 모습에 이르게 되었다. 적어도 1년에 한 번, 이사회는 CEO와 기타 주요 집행임원의 승계계획을 점검한다. 승계계획에는 평상시의 절차 뿐만 아니라 급작스러운 사고가 생긴 경우의 절차도 포함된다.
헤지 펀드(영어: hedge fund)는 레버리지를 기법을 이용하여 최소한의 손실로 최대한의 이익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하는 투자 방식을 의미한다. 헤지 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들을 비공개로 모집하여 절대수익을 남기는 펀드다. 헤지 펀드는 다른 종류의 투자펀드와 비교하여, 리스크가 높고 정부의 규제가 적은 편이다. 헤지펀드의 투자자들은 개인혹은 기관이 있는데, 미국의 경우 개인 투자자가 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요구하는 최소 소득 및 자산을 증명해야 한다. 대개 헤지펀드사(社) 에 의해 운영되며, 운영 자금 순위 세계 10대 헤지펀드사 중 8곳이 미국 회사이고, 여기에는 삼성 합병을 반대하여 한국에서 이슈가 되었던 엘리엇 매니지먼트(Elliot Management)도 9위로 포함되어 있다.
이 캠페인이 특이한 이유는 엔진 넘버원의 규모가 너무 작다는 데 있습니다. 엑슨모빌의 시가총액은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데 이 헤지펀드가 보유한 주식은 고작 4000만 달러밖에 안 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진넘버원이 회사의 최고위층부터 시작해 엑슨이라는 기업을 재편하고 개혁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징조들이 있어요.
엑슨의 재무 상황을 살펴보면 이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벌이는 캠페인에 수긍하게 됩니다. 2020년 12월 기준 엑슨의 시가총액은 약 1750억 달러로 2007년 12월24일에 기록했던 5280억 달러에 비해 감소했습니다. 2020년 10월26일의 1390억 달러보다는 증가했지만요. 2020년 8월에는 엑슨이 92년 만에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에서 퇴출당했죠. 2020년 12월7일에 엔진넘버원이 엑슨의 이사회 앞으로 보낸 공개서한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엑슨의 전체 자본 지출에서 75% 이상을 차지했던 업스트림 프로젝트에 대한 투하자본수익률(ROCE)이 2015년부터 2019년 사이에 약 6%로 떨어졌습니다. 2001년부터 2010년 사이에는 약 35%에 달했는데 말이죠.
투하자본수익률(ROIC)의 의미
투하자본수익률은 기업의 본질적인 영업활동의 수익성을 측정하기 위한 지표이다. 기업의 활동에는 본질적인 영업활동 이외의 다양한 활동이 발생한다. 대표적으로 영업활동에 사용하지 않는 부동산을 보유하기도 한다. 순수하게 기업 본연의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수익성을 측정하는 지표가 투하자본수익률(ROIC)이다. 투하자본수익률은 수익성의 개념에 근접한 수익성 지표이다.
수십 년간 기후변화를 부정해온 이 회사의 전략은 잘못된 자본 배분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린피스는 50년이 넘도록 기후변화를 부정하고 기후변화 대응 노력들을 방해해온 엑슨의 행위들을 기록해왔습니다. 그러나 엑슨은 “거의 40년 동안 기후 과학 발전을 위해 정부와 학술 기관을 지원해왔다”고 반박하죠.
이 연구가 회사 전략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카본 트래커(Carbon Tracker)는 폴 스페딩(Paul Spedding)이 2020년 10월에 작성한 ‘거인은 어떻게 쓰러졌는가 ― 성장 추구가 가치를 파괴한 엑슨의 사례’라는 보고서를 통해 엑슨이 저조한 실적을 보이는 주된 이유가 성장 추구를 위해 고비용 자산에 과도하게 투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어요. 결과적으로 자본과 운영비용이 크게 늘어난 것이 자본수익률의 붕괴를 초래한 주요 원인이었습니다. 주주 환원율 또한 마찬가지로 추락했죠.
그렇다면 엔진넘버원의 캠페인이 성공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요? 이 캠페인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되는 근거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앞에서 논했듯 최악의 재무 실적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존의 리더십과 전략으로는 더이상 성장할 수 없으리라고 생각할 수 있죠. 중요한 것은 엔진넘버원의 캠페인이 기후변화에 대한 무책임함 그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한 재정적 결과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주주들이 이 캠페인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 되죠.
두 번째 근거는 엔진넘버원이 (1) 이사회 교체, (2) 장기적인 자본 배분에 대한 규제 강화, (3) 급변하는 세상에 지속가능한 가치 창출을 위한 전략적인 계획 실행, (4) 경영 인센티브 재조정이라는 네 가지 합리적인 권고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스페딩 역시 (2)번과 (3)번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는 카본 트래커 보고서에서 에너지 전환으로 인해 자본 효율이 좋은 저가 정책이 성장 추구에 비해 주주들에게 이득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양적 성장에 대한 회사의 열망을 파리기후협정의 수요 정책에 맞추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도 했죠. 그 후에는 개선된 전략에 적합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도록 경영진에 대한 보상 체계를 변경해야 합니다.
엑슨모빌의 지난 행적을 살펴보면, 1차 권고안이 먼저 실행되지 않는 한 2번부터 4번까지의 권고안이 이행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엔진넘버원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레고리 J. 고프(Gregory J. Goff), 카이사 히에탈라(Kaisa Hietala), 알렉산더 카스너(Alexander Karsner), 앤더스 런베드(Anders Runevad)로 이뤄진 사외이사 4인방을 대체 후보로 제안했어요. 고프는 유명한 정유사인 앤디버(Andeavor)의 최고경영자였으며 2018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서 ‘세계 최고의 실적을 올린 CEO’ 중 하나로 뽑혔죠. 히에탈라는 정유사 네스테(Neste)의 재생상품 분야 전무를 지냈고, 이 분야는 2019년 이노사이트(Innosight)에 “최근 10년간 가장 혁신적인 비즈니스 20가지”로 소개됐어요. 카스너는 ‘구글 X 프로젝트’의 후신인 X에서 수석 전략가이며, 스탠퍼드대 건설환경공학과의 프리코트 에너지연구소 소속 연구원입니다. 런베드는 풍력 터빈을 제조, 설치, 정비하는 회사인 베스타윈드시스템(Vesta Wind Systems)의 최고경영자였으며, 2016년 포천지 ‘올해의 사업가’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 네 명의 사외이사는 엑슨의 이사들에게 에너지에 대한 귀중한 지식을 나눠줄 겁니다.
이 4명의 후보가 이사회에 선출되기 위해서는 2020년 5월27일에 개최되는 연례 주주총회에서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합니다. 이것이 캠페인의 성공을 예상하는 세 번째 근거입니다. 다시 말해, 엔진넘버원이 충분한 찬성표를 획득할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대리투표가 횡행하고 있다지만 이는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이 수년간 갈고 닦아온 기술입니다. 엔진넘버원도 이에 빠지지 않죠. 이들은 변화를 주장했고 이제 이를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표를 모아야 합니다.
이 캠페인은 이미 불이 붙기 시작했어요. 우선, 2800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며 3억 달러의 엑슨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제2의 공적 연금펀드인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CalSTRS)이 2020년 12월7일에 이 대체 후보들을 지지할 것이라 발표했습니다. 게다가 엑슨의 1대 주주인 뱅가드가 7.75%, 2대 주주 스테이트 스트릿 글로벌 어드바이저가 5.17%, 3대 주주 블랙록이 4.99%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셋이 보유한 주식을 합치면 거의 18%에 달하는 셈이죠. 지분보유율 상위 10위가 엑슨 주식의 약 25%를 갖고 있습니다. 수많은 개인투자자가 있지만 여태껏 연례 주주총회에 참석하는 수가 적었죠. 이는 엔진넘버원이 대주주들의 표심을 모을 수 있다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의 지속가능 투자 및 경영 전략 부서에서 포트폴리오 매니저를 맡고 있는 아이샤 마스터니(Aeisha Mastagni)에게 돈키호테적인 이 캠페인을 지원한 이유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이에 대해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은 행동주의 경영이라는 개념을 발전시키고 있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건설적으로 참여하는 주주로서의 역할을 심층적인 재무 분석과 조화시키는 한편, 주주와 이해관계자들을 실망시키는 기업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행동주의 도구를 모두 활용하자는 개념이었죠. 엑슨모빌이 그들의 첫 번째 사례였습니다. 회사의 재무 실적과 수십 년간 주주들에 대한 무관심을 고려하면 안성맞춤인 대상이었죠.
다시 말해, 엔진넘버원은 주식시장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행동주의 펀드는 단기적인 주주 환원만 추구하기 때문에 경영적 측면에서는 가시처럼 느껴졌죠. 그러나 일부 펀드는 이제 환경 및 사회 문제가 투자 재무 성과에 주요 제약 요인임을 인식하고 있어요. 따라서 순수하게 장기적인 재정적 고려를 할 때, 이전에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피해왔던 문제들을 더욱 면밀히 살피게 됐죠. 꼬마 엔진의 “엑슨에 새로운 동력을 공급하자”는 캠페인이 성공한다면 다른 펀드들이 주주와 사회 전반의 이익을 위해 유사한 캠페인을 수없이 펼치게 되는 서막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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