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제임스 윌슨(H. James Wilson)은 액센추어 리서치에서 정보기술과 사업연구 부문 상무이사로 있다. 폴 R. 도허티(Paul R. Daugherty)는 액센추어의 최고기술 및 혁신 책임자다. 이들은 < Human + Machine: Reimagining Work in the Age of AI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출판사, 2018)의 공동 저자다.
인공지능(AI)은 질병 진단, 번역, 고객서비스 등 ‘인간’이 수행하는 다양한 직무에 능숙해지고 있으며 개선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AI가 경제 전반에서 인간의 노동력을 궁극적으로 대체할 것이라는 그럴듯한 두려움을 일으킨다. 하지만 이는 불가피한 것도 아니고 가능성이 높지도 않다. 디지털 도구들이 지금처럼 인간의 요구사항에 잘 대응하고, 인간 또한 디지털 도구에 이처럼 제대로 대응한 적은 없었다. AI가 설사 작업방식과 작업의 주체를 급격히 바꾼다 할지라도 이런 기술은 인간의 능력을 대체하기보다 그 능력을 보완하고 향상시키는 데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물론 많은 기업들이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데 AI를 이용해 왔지만 직원을 대체할 목적으로 AI를 활용한 기업들은 단기적 생산성 향상만 경험하게 될 것이다. 필자들은 기업 1500개를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하면서 인간과 기계가 서로 협력할 때 가장 큰 성과 향상을 이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협업의 가치’ 참조). 그런 협업지성collaborative intelligence을 통해 인간과 AI가 서로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의 장점이란 인간의 경우에는 리더십과 팀워크, 창의력, 사회적 기술, 그리고 AI의 경우에는 속도와 확장성, 정량적 역량을 뜻한다. 농담하는 것처럼 인간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 기계에게는 어려울 수 있고, 기가바이트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처럼 기계에게는 단순한 일이 인간에게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비즈니스에는 양쪽 역량이 모두 필요하다.
기업이 이런 협업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인간이 어떻게 하면 기계의 능력을 최대치로 높일 수 있고, 반대로 기계는 인간이 가장 잘하는 일을 어떻게 하면 더 향상시킬 수 있을지 알아야 한다. 인간과 기계의 파트너십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재해석하는 방법도 이해해야 한다. 필자들은 본 연구와 관련 분야에서의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이 이런 목표를 달성하고 협업지성의 힘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는 지침들을 개발했다.
기계를 보조하는 인간
협업지성의 효과를 보려면 인간은 3가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먼저 특정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기계를 훈련시켜야 한다. 또 그런 작업의 결과를 설명해야 하는데 결과가 반직관적이거나 논란의 여지가 있을 때에는 특히 설명이 중요하다. 그리고 책임 있게 기계 사용(예를 들면 로봇이 인간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을 지속해야 한다.
훈련하기.기계가 설계된 방식대로 작업을 수행하려면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가르쳐야 한다. 관용적 표현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기계번역 앱을, 질병 감지를 위해서는 의료 앱을, 그리고 재무적 의사결정을 지원하려면 추천 엔진을 가르쳐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교육용 데이터 세트가 축적된다. 또한 AI시스템은 인간과 교류하는 최선의 방법도 배워야 한다. 산업 전반적으로는 이제 겨우 트레이너를 충원하는 초기 단계에 있는 경우가 많지만 선도적 기술기업이나 리서치그룹들은 이미 꽤 능숙한 훈련인력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AI비서인 코르타나Cortana를 생각해 보자. 이 봇bot은 비서업무에 딱 맞는 특성을 개발하기 위해 광범위한 교육이 필요했다. 코르타나는 자신감이 있으면서 타인을 보살펴 주고, 도움을 주면서도 오만하지 않아야 했다. 이런 자질을 부여하기 위해 시인과 소설가, 극작가가 포함된 코르타나 개발팀의 끝없는 노력과 관심이 투입됐다. 애플의 시리Siri와 아마존의 알렉사Alexa또한 기업 브랜드가 정확히 반영된 인격을 AI에 구축하기 위해 인간 트레이너가 필요했다. 예를 들어 시리의 경우에는 소비자들이 애플에서 으레 기대하는 시크한 감성을 가져야 했다.
AI비서들은 이제 연민같이 더 복잡하고 미묘한 인간의 특성을 표현하도록 훈련받고 있다. MIT 미디어랩에서 분사한 스타트업인 코코Koko는 사람을 위로하는 것처럼 보이는 AI비서 기술을 개발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우울한 하루를 보냈다고 하면 코코 시스템은 “그런 말을 들어 유감이네요”같이 기계적인 말로 응답하지 않는다. 그 대신 더 많은 정보를 물어본 다음에 사용자가 자신이 처한 문제를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도록 조언한다. 예를 들어 주인이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라면 코코는 그런 긴장감을 특정 행동을 통해 풀도록 유도할 것이다.
설명하기. AI가 점점 더 불투명한(소위 블랙박스 문제라 부르는) 프로세스를 통해 결론을 내게 되면서 AI의 행동을 비전문가에 속하는 사용자에게 설명할 수 있는 관련 분야 전문가가 필요하게 됐다. 이런 ‘설명담당자explainers’들은 법률이나 의학처럼 증거를 기초로 한 산업에서 특히 중요하다. 이런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은 AI가 입력정보를 가지고 어떻게 양형이나 의학적 권고 조치를 내리는지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설명담당자들은 보험회사나 법률집행기관을 보조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은 자율주행자동차가 왜 사고를 유발하는 움직임을 취했거나 사고를 피하지 못했는지 파악해야 한다. 설명담당자들은 규제대상 산업에서도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돼 가고 있다. 실제로 소비자와 직접 접촉하면서 기계의 산출물이 불공정하거나 불법이거나 명확히 틀렸다고 의심받을 만한 산업이라면 어디든 그렇다. 일례로 유럽연합(EU)이 개정한 개인정보보호규정GDRP: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은 알고리즘 기반의 결정은 그 무엇이든 소비자가 관련 내용에 대한 설명을 받을 권리를 부여한다. 신용카드나 담보대출에 대한 이자율이 그렇다. 이는 AI가 일자리 증가에 공헌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GDRP 조건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약 7만5000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할 것으로 추정한다.
지속하기.기업에는 AI의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들도 필요하지만 AI 시스템이 어떤 상황에서도 적절하고 안전하며 책임감 있게 작동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확인하는 ‘지속관리자sustainers’들도 필요하다.
가령 안전기술자라고도 부르는 다수의 전문가들이 AI에 의한 잠재적 피해를 예측하고 막는 데 주력한다. 사람과 함께 일하는 산업용 로봇 개발자들은 로봇이 주위에 있는 인간을 식별하고 그들에게 위험을 가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이런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차량이 치명적 사고에 연루되는 것처럼 AI가 인간에게 해를 입히는 경우에 설명담당자로부터 받은 분석내용을 검토하기도 한다.
AI시스템이 윤리규범을 확실히 준수하도록 조치하는 지속관리자 그룹도 있다. 예를 들어 신용승인 업무를 처리하는 AI시스템이 특정 집단에 속한 사람들을 차별한다면(그런 일은 실제로 발생해 왔다) 윤리관리자들은 문제를 조사하고 해결할 책임이 있다. 데이터 컴플라이언스 관리자들도 비슷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들은 AI시스템에 입력되는 데이터가 GDPR 같은 소비자 보호 규정들을 준수하도록 관리한다. 데이터 사용과 관련된 담당자들은 AI가 정보를 책임감 있게 다루도록 관리한다. 다른 많은 기술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애플도 AI를 통해 회사 기기 및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세부 개인정보를 수집한다. 이는 사용자의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서지만, 제한되지 않는 데이터 수집은 개인정보를 침해하거나 고객의 분노를 사거나 법에 저촉될 수도 있다. 애플에는 ‘차등 개인정보differential privacy[1]보호 팀’이 있다. AI는 통계적 차원에서 사용자 그룹에 대해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학습하게 하면서도 사용자 개개인의 사생활은 보호하는 게 이들의 역할이다.
인간을 보조하는 기계
스마트한 기기들은 3가지 방법으로 인간의 능력을 확장할 수 있도록 보조한다. 우선 인간의 인지능력을 증폭시키고, 인간이 좀 더 수준 높은 작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고객 및 직원들과 교류하며, 인간이 가진 물리적 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술을 구현한다.
증폭하기. AI는 올바른 정보를 적절한 시점에 제공해서 인간의 분석능력과 의사결정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다. 게다가 인간의 창의력도 높일 수 있다. 오토데스크Autodesk의 드림캐처Dreamcatcher라는 AI가 어떻게 뛰어난 디자이너의 상상력을 더 키워주는지 들여다보자. 디자이너는 자신이 바라는 제품 조건들에 대한 정보를 드림캐처에 입력한다. 예를 들면 어떤 디자이너가 몸무게 130kg이 넘는 사람도 충분히 지탱할 수 있으면서, 높이가 45cm 정도 되고, 재료비는 75달러 이하인 의자를 제작하려 한다고 치자. 디자이너는 그 밖에도 자신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다른 의자들에 대한 정보도 입력할 수 있다. 그러면 드림캐처 소프트웨어는 이런 기준들에 부합하는 수천 개의 의자 디자인을 생성해 낸다. 그중에는 종종 디자이너도 생각지 못했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포함돼 있다. 이제 디자이너는 마음에 드는 아이디어와 그렇지 않은 아이디어를 구분해서 소프트웨어에 전달한다. 그러면 드림캐처는 디자이너의 가이드에 따라 더 적절한 의자 디자인들을 다음 라운드에 만들어낸다.
드림캐처는 이런 반복적 프로세스를 통해 자신이 제안한 디자인들이 정해진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무수히 많은 계산과정을 거친다. 드림캐처의 이런 작업 덕분에 디자이너는 전문적 판단과 심미적 감수성처럼 인간의 고유한 강점에만 집중할 수 있으므로 더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
교류하기.인간과 기계의 협업은 기업으로 하여금 더 새롭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직원 및 고객과 교류할 수 있게 한다. 일례로 코르타나 같은 AI비서는 사람들 사이 혹은 사람들을 대신해서 커뮤니케이션을 촉진한다. 이를테면, 회의 내용을 기록하거나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음성검색 버전의 회의록을 배포하는 식이다. 이런 애플리케이션은 본질적으로 확장 가능하다. 예를 들어 챗봇chatbot하나로도 수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언제 어디서나 동시에 일상적인 고객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스웨덴의 주요 은행인 SEB는 현재 아이다Aida라는 가상도우미를 통해 고객 수백만 명과 교류한다. 아이다는 자연어 대화를 처리할 수 있어서 방대한 데이터저장소에 접근할 수 있고 계좌개설이나 해외결제 방법같이 고객들이 자주 묻는 질문에 답변도 한다. 또 전화한 고객이 가진 불편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후속질문을 할 수 있고 고객의 말투(불만스러운 목소리인지, 감사하는 목소리인지)도 분석할 수 있다. 아이다는 이런 정보를 기초로 이후 더 나은 고객서비스를 제공한다. 시스템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때(전체의 30% 정도에 해당)는 전화를 고객상담 담당자에게 연결한 다음, 상담과정을 모니터링해서 향후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학습한다. 아이다가 기본적인 고객 문의사항을 처리하다 보니 인간 상담직원들은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한 불만고객들을 응대하는 일처럼 더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구현하기.아이다나 코르타나처럼 많은 AI가 디지털 개체로 존재하지만 인간의 노동을 보완하는 로봇으로 구현되는 응용프로그램도 많다. AI 기반의 기계들은 정교한 센서와 모터, 작동장치를 바탕으로 인간과 대상물을 인식하고 공장이나 창고, 실험실에서 인간과 더불어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다.
일례로 제조업에서는 로봇이 잠재적으로 위험하고 ‘우둔한’ 산업용 기계에서 스마트하고 상황인식능력을 겸비한 ‘코봇cobot’으로 진화하고 있다. 코봇은 인간이 기어모터를 조립하는 것처럼 손재주와 판단력이 필요한 일을 하는 동안 자신의 팔로 무거운 것을 들어올리는 것 같은 반복적인 일을 처리한다.
현대는 외골격으로 코봇의 개념을 확장하고 있다. 이런 웨어러블 로봇 기기는 사용자와 그 위치에 실시간으로 맞춰서 산업노동자가 초인적인 내구성과 강도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끔 돕는다.
비즈니스 재해석하기
AI가 가진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작업운영 방식을 새롭게 디자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선 가능한 영역부터 발견하고 기술해야 한다. 이 단계는 답답한 내부 프로세스(굼뜨기만 하는 인사팀의 직원충원 과정처럼)가 될 수도 있고, 현재는 AI를 통해 해결 가능하지만 이전에는 다루기 힘든 문제(대상환자 전체의 약물 부작용을 재빨리 파악하는 일처럼)가 될 수도 있다. 더군다나 새로운 AI와 진보된 분석기법들 다수는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AI솔루션을 통해 해결 가능한 문제들을 밝혀낼 수 있다.(‘보이지 않는 문제 드러내기’ 참조)
두 번째 단계로 기업들은 공동창작 방식으로 솔루션을 개발해야 한다. 즉 이해관계자들이 프로세스 개선을 위해 AI시스템과 어떻게 협력해야 할지를 구상할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한다. 농부들을 돕는 데 AI기술을 적용하려 했던 한 대형 농업기업의 사례를 보자. 이 회사에는 토양의 특성, 기상 패턴, 연도별 수확정보 등 방대한 데이터가 있었다. 이 회사의 원래 계획은 작물수확량을 좀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AI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회사는 농부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그들이 가진 훨씬 더 절박한 니즈를 인식하게 됐다. 농부들이 정말 원하는 것은 어떤 작물을 심고, 어디에서 재배하고, 토양에 질소를 얼마나 사용할 것인지 등 생산성을 향상할 수 있는 방법을 실시간으로 제안해 주는 시스템이었다. 회사는 그런 조언을 해줄 수 있는 AI시스템을 실제로 개발했고 꽤 괜찮은 성과를 얻었다. 농부들도 AI의 지침에 따라 거둔 수확량에 상당히 만족했다. 초기 테스트에서 얻은 결과는 알고리즘 개선을 위해 시스템에 다시 입력됐다. 새로운 AI 및 분석기법은 발견 단계를 통해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안하는 식으로 공동창작 작업을 보조했다.
기업이 담당해야 할 세 번째 단계는 규모를 확장하고 제안된 솔루션을 유지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SEB의 경우에는 초기 아이다를 조직 내부에 배치하고 1만5000명의 은행 직원들을 보조하게 했지만 이후 이 챗봇을 100만 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에 확대 적용했다.
필자들은 수백 개의 기업들과 함께 일하면서 회사들이 공통적으로 개선하고 싶어하는 5가지 영역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유연성, 속도, 규모, 의사결정, 개인맞춤화가 바로 그것이다.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재해석할 때에는 이 5가지 특징 중 어떤 것이 바라는 변화의 중심에 있는지,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지능형 협업을 어떤 식으로 활용해야 할지, 그리고 나머지 프로세스 관련 특징들을 어떻게 조정하고 균형을 유지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유연성.메르세데스 벤츠 임원들의 경우에는 융통성 없는 프로세스로 인해 점점 더 고충을 겪고 있었다. 회사에 가장 큰 수익을 안겨 주는 고객층이 개인 맞춤화된 S클래스 세단을 요구해 왔지만 회사의 조립시스템으로는 고객이 원하는 수준의 맞춤형 상품을 생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회사의 자동차 제조라인은 전통적으로 ‘우둔한’ 로봇이 수행하는 자동화 단계들로 구성된 융통성 없는 프로세스로 설계돼 있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이런 제조로봇 일부를 AI 기반의 코봇으로 교체한 후 자동차 생산과정을 인간과 기계가 협업하는 프로세스로 재설계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근처에 있는 공장에서는 인간의 지침을 받는 코봇 팔들이 마치 생산직 직원들의 신체 일부가 된 것처럼 차량의 무거운 부품들을 들어올리고 정해진 위치에 배치한다. 직원은 이 시스템으로 각 차량의 생산과정을 통제할 수 있게 했다. 또한 근로자들의 수작업은 줄고 로봇과 함께하는 작업을 더 많이 추진할 수 있었다.
인간과 기계가 협업하는 메르세데스의 생산팀들은 시시각각 상황에 적응해 나갔다. 공장에 있는 코봇들은 태블릿 PC로 금방 프로그램을 변경할 수 있었고 작업 흐름상 생기는 변화에 맞춰 다양한 작업들을 처리하는 데 도움을 줬다. 이런 민첩함 덕분에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수준의 개인 맞춤화된 차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메르세데스는 차량의 계기판 부품부터 가죽시트, 그리고 타이어밸브 캡에 이르기까지 고객이 매장에서 선택하는 요구사항을 실시간으로 적용해 차량을 생산했다. 그 결과 슈투트가르트 공장의 생산라인에는 어떤 경우에도 동일한 차량 두 대가 조립되는 경우가 없었다.
속도.속도가 프리미엄이 되는 비즈니스 활동도 있다. 신용카드 사기를 감지하는 일이 그중 하나다. 이런 회사들은 단 몇 초 만에 어떤 거래를 승인해야 할지 판단해야 한다. 사기성 거래의 경우에는 그로 인한 손실을 회사가 그대로 입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정당한 거래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구매수수료를 잃는 것은 물론 고객의 분노를 사게 된다.
HSBC는 대다수의 주요 은행과 마찬가지로 신용카드 사기를 감지하는 정확성과 속도를 높이기 위해 AI 기반의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 AI는 사기의 증후를 알리는 미묘한 패턴들을 파악하기 위해 구매장소, 고객행동, IP주소 등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매일 수백만 건의 신용카드 거래를 모니터링하고 그에 대한 점수를 매긴다. HSBC는 이런 AI시스템을 미국에서 처음 적용했는데 이를 통해 미감지한 사기거래와 잘못 감지한 정상거래율을 상당히 줄일 수 있었다. 그 결과 AI시스템을 영국과 아시아 국가로도 확대 시행했다. 단스크은행Danske Bank이 사용하는 또 다른 AI시스템은 사기거래 감지율을 50%나 개선했고 잘못 감지한 정상거래 수도 60%나 줄였다. 잘못 감지한 정상거래 수를 줄이게 되면 조사관들은 AI로는 역부족하고 인간의 판단이 필요한 애매모호한 거래들에 집중할 수 있다.
금융사기 전쟁은 군비 경쟁과 같다. 사기 감지율이 개선되면 범죄자들은 점점 더 우회적인 방법을 택하게 되고, 이에 따라 감지기술이 더 발달하면서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사기 퇴치를 위한 알고리즘 및 점수산정 모델들은 보통 수명이 짧고 꾸준한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국가와 지역마다 사용하는 모델도 다르다. 이 때문에 데이터분석 담당자, IT 전문가, 금융사기 전문가들은 관련 소프트웨어가 늘 범죄자보다 한 발 앞서 갈 수 있도록 인간과 기계 간의 인터페이스상에 있어야 한다.
규모.많은 경우에 확장성 부족은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개선을 막는 주된 장애물이 된다. 이는 기계가 최소한의 보조자 역할만 하고 인간 노동력을 집중적으로 활용하는 프로세스에서 특히 더 큰 문제가 된다. 가령 유니레버의 직원채용 과정을 살펴보자. 이 거대 소비재기업은 17만 명에 달하는 인력을 다양화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회사 인사팀은 신입사원 채용에 집중하고 그중 가장 뛰어난 인재들을 관리자 위치로 빠르게 승진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회사의 기존 인사 프로세스로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다양한 인재들을 확보하기 위해 채용후보들을 충분한 수로 평가하기 힘들었다. 후보 개개인에게 관심을 두고 평가하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결국 유니레버는 개별화된 채용역량을 규모면에서 확장하기 위해 인간과 AI기술을 결합했다. 세부 방법은 이런 식이었다. 입사지원자들은 채용 프로세스의 첫 단계에 온라인게임을 하게 되는데, 이는 가령 위험 회피와 같은 개인적 성향을 평가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게임에는 딱히 정답은 없었지만 회사의 AI시스템이 특정 직무에 가장 적합한 개인을 판별하는 데 도움이 됐다. 다음 단계에서 지원자들은 관심을 가진 직무별로 개발된 질문들에 대한 자신의 대답을 동영상으로 제출하게 돼 있었다. AI 시스템은 지원자들이 구두로 전하는 답변뿐 아니라 그들의 보디랭귀지와 목소리 톤을 통해 개인 성향을 분석했다. 2라운드에서 AI의 평가로 직무에 가장 적합하다고 선정된 지원자들은 비로소 개별 인터뷰에 초대됐다. 사람이 직접 진행하는 이 3단계 인터뷰를 통과하면 최종 채용 결정이 이뤄졌다.
새로운 채용프로세스를 통해 더 나은 직원을 뽑을 수 있었는지 판단하기에는 아직 좀 이르다. 유니레버는 이 방식에 따른 채용성공률을 면밀히 추적해 왔지만 여전히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다만 새로운 시스템이 유니레버의 채용규모를 크게 넓혔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일단 구직자들은 스마트폰으로 쉽게 채용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어서 입사 지원자가 1년 만에 3만 명으로 2배나 늘어났고, 지원자들의 출신대학 수도 840개에서 2600개로 치솟았으며,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신입사원들의 다양성도 높아졌다. 게다가 지원 단계에서 채용 결정까지 걸리는 평균시간은 4개월에서 2주로 떨어진 반면, 채용담당자들이 지원자들의 이력을 검토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75%나 단축됐다.
의사결정. AI는 직원들에게 맞춤화된 정보와 지침을 제공해서 보다 나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한다. 이런 특징은 어떤 일을 올바로 요청함으로써 수익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유용하다.
물리적 장비의 가상버전인 ‘디지털 쌍둥이’를 사용하게 되면서 장비 관리가 개선된 측면을 생각해 보라. 제너럴 일렉트릭(GE)은 터빈을 비롯해 회사가 생산하는 산업용 제품들의 디지털 쌍둥이인 소프트웨어 모델을 구축한 다음 장비에서 발생하는 운영데이터로 소프트웨어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한다. GE는 현장의 수많은 장비에서 생성되는 판독 값을 수집해서 정상적 성능데이터는 물론 이상 데이터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축적해 왔다.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이용한 GE의 프리딕스Predix 애플리케이션은 개별 장비에 들어가는 특정 부품이 언제쯤 고장날지 예측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산업용 장비를 관리하는 결정집약적인 프로세스를 근본적으로 바꿨다. 일례로 프리딕스는 터빈에 있는 회전날개의 예기치 않은 손상을 파악하고 터빈의 작동기록을 확인한다. 이런 기능을 통해 지난 몇 달간 손상 정도가 4배나 증가했다고 보고한 다음에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회전날개의 사용연한이 70%가량 줄게 될 것을 경고한다. 프리딕스 시스템은 장비의 현재 상태, 운영 환경, 그리고 다른 장비에 발생한 유사손상 및 수리 관련 데이터를 바탕으로 적절한 조치를 제안할 수 있다. 시스템은 제안사항과 함께 비용 및 재정적 영향력에 대한 정보를 생성한 다음 분석에 이용된 가정에 대한 신뢰 수준(예 95% 신뢰 수준)도 제시한다.
프리딕스가 없는 상황에서 근로자가 일상적인 장비점검 시에 회전날개 손상을 운 좋게 발견하기는 힘들 것이다. 회전날개가 완전히 고장나기 전까지는 문제를 지나칠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되면 기계의 작동이 완전히 불가능해져서 값비싼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장비관리자는 프리딕스를 통해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에 고장 가능성에 대한 경고를 받고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정보도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이런 혜택 덕분에 GE는 수백만 달러를 절약하기도 한다.
개인 맞춤화. 고객 개개인에게 맞춤화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은 마케팅의 성배와 같다. 그런 맞춤화 서비스가 AI 덕분에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정확성과 방대한 규모로 구현되고 있다. 판도라Pandora가 AI알고리즘을 통해 수백만 명에 달하는 사용자들에게 음악, 아티스트, 장르에 대한 개인적 선호도에 따라 맞춤화된 재생목록을 생성하고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을 생각해 보라. 스타벅스 또한 고객의 동의를 받아 AI로 그들의 휴대기기를 인식하고 주문내역을 불러와 바리스타가 고객에게 적합한 메뉴를 추천할 수 있도록 돕는다. AI 기술은 특정 상품이나 작업을 추천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걸러내고 처리해서 스스로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인간은 일련의 옵션에서 최적의 상품을 선정하고 추천하기 위해 자신의 직관과 판단력을 발휘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카니발 코퍼레이션Carnival Corporation은 오션 메달리온Ocean Medallion이라는 웨어러블 기기와 더불어 스마트 기기들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통해 수백만 명의 휴가객에게 개인 맞춤화된 크루즈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AI기술을 활용한다.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메달리온 기기와 유람선 전체에 장착된 센서들과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역동적으로 처리해서 크루즈 승객들이 최고의 휴가를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메달리온은 승객들의 크루즈 탑승 및 하차 프로세스를 간소화하고, 승객들의 활동을 추적하며, 승객들의 신용카드를 기기와 연결해서 구매과정을 단순화하고, 룸 키 역할도 한다. 메달리온은 또한 승객들의 선호도를 예측하는 시스템과 연결돼 있어서 승무원들이 승객 개개인의 취향에 맞는 여가활동과 다이닝 경험을 추천하는 맞춤화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다.
새로운 역할과 재능에 대한 필요성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재해석하는 데에는 AI기술을 실행하는 것 이상이 필요하다. 근로자들이 인간과 기계의 인터페이스 안에서 더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하는, 소위 ‘융합기술’로 직원들을 육성하기 위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에 착수하려면 먼저 신기술에 작업을 위임하는 방법부터 배워야 한다. 마치 의사가 컴퓨터의 X선 및 MRI 판독능력을 믿고 의지하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직원들은 로봇 수술에서처럼, 인간이나 로봇이 단독으로 일을 수행할 때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인간이 가진 고유한 능력과 똑똑한 기계들이 가진 고유한 기술을 결합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노동자들은 지능형 에이전트에게 새로운 기술을 가르치고 AI 기반의 프로세스 안에서 작업을 잘해낼 수 있도록 스스로도 훈련을 받아야 한다. 예를 들어 AI에이전트가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 질문을 입력하는 것이 최선인지 파악해야 한다. 또한 애플의 차등 개인정보보호 팀처럼, 회사의 AI시스템이 불법적이거나 비윤리적 용도로 사용되지 않고 책임 있는 자세로 활용될 수 있도록 확실히 관리하는 직원들도 필요하다.
우리는 미래에 전혀 새로운 프로세스를 통해 바람직한 결과를 얻는 형태로 기업의 역할이 재설계될 것으로 예상한다. 또 미래의 기업은 경직된 직급 체계에서 벗어나 지금과는 다른 종류의 스킬들을 중심으로 조직화될 것이다. AT&T는 유선전화서비스 기업에서 모바일 네트워크 중심 사업으로 변모하고 있으며, 새로운 직무에 맞춰 10만 명에 이르는 직원들을 재교육하면서 이미 변화의 길에 들어섰다. AT&T는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회사의 조직도부터 철저히 점검했다. 그 결과 약 2000개에 달하는 직급들이 유사기술들로 이뤄진 폭넓은 직무그룹들로 축소됐다. 이 중 일부는 예상했던 기술이지만(데이터과학 및 데이터논쟁을 다루는 기술처럼), 상대적으로 덜 명확한 기술(서비스를 교차판매하기 위해 단순한 머신러닝 도구들을 사용하는 능력처럼)들도 있다.
인간과 기계 간 인터페이스에서 벌어지는 활동 대부분은 사람들이 새롭고 이전과 다른 일(챗봇 교육처럼)을 하고 기존에 하던 일들을 다른 방식으로(더 나은 고객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챗봇을 활용하는 것처럼) 하도록 요구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필자들이 조사한 기업들 중 소수만이 협업지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재해석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교훈은 분명하다. 자동화 방식으로 단순히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기 위해 기계를 활용하는 조직들은 AI의 완전한 잠재력을 놓치고 말 것이다. 그런 전략은 출발부터 잘못됐다. 그 대신에 사업 운영, 시장, 산업, 그리고 회사 인력을 변화시키면서 협업지능을 수용하는 사람들이 내일의 리더가 될 것이다.
'4차산업눈뜨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록체인에 관한 진실 (0) | 2021.03.07 |
---|---|
인터넷은 미디어를 바꿨고 블록체인은 금융시스템을 바꾼다 (0) | 2021.03.07 |
구글이 AI 윤리에 접근하는 방식 (0) | 2021.02.28 |
코로나 시대 주목받는 '피벗(pivot)' 전략 (0) | 2021.02.22 |
제프 베이조스의 주주서한에 근거해 살펴본 아마존의 우선순위 (0) | 2021.02.2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