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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눈뜨기

테슬라의 핵심 경쟁력은 차가 아닌 충전소다

by 남이철이 2021.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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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만트 바르가바는 캘리포니아대 경영대학원 기술경영 학과장이자 사회 분석 및 기술센터(Center for Analytics and Technology in Society) 원장이다.
조나스 보엠은 AGL에너지 벤처 전략가이자, 플랫폼 리더이자, 세계경제포럼의 선진 제조 및 생산 위원회 펠로이다.
제프리 파커는 다트머스칼리지 공학 교수이자 MIT 디지털 경제 이니셔티브 연구원이다. 

 

지난 5년간 주요 자동차 회사들은 전기차에 막대한 투자를 했습니다. 지난 2017년 폴크스바겐그룹은 2025년까지 모든 브랜드에 걸쳐 80종의 새로운 전기차를 선보이고, 2030년까지 전 차종의 전기차 버전을 내놓겠다고 발표했죠. 같은 해 GM은 2023년까지 적어도 20종의 새 전기차 모델이 도로를 달리게 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loomberg New Energy Finance)는 2022년까지 전기차 모델이 전 세계적으로 500개에 달할 거라고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에도 불구하고 현재 주요 자동차 회사 중 그 누구도 시장 선두주자이자 전기차와 거의 동의어가 된 테슬라에 별다른 위협이 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건 놀라운 일입니다. 연 매출 1000억 달러 이상에 풍부한 제조 전문성, 높은 시장점유율까지 가진 회사가 전기차 시장으로 관심을 돌렸다면 누구나 게임은 끝난 거라고 예상했을 테니까요.

아우디의 이트론 같은 제품이나 GM의 뷰익, 캐딜락, GMC, 그리고 쉐보레에서 나온 매력적인 전기차보다 소비자들이 여전히 테슬라를 선택하는 이유는 놀라울 정도로 단순합니다. 그건 테슬라를 몰고 장거리 주행을 할 때 충전소를 쉽게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기 때문이죠. 기존의 자동차 업체들이 여전히 완벽한 전기차를 만드는 것에만 몰두하고 있는 반면, 테슬라는 소비자들이 주행할 때 갖는 핵심 문제를 해결하려고 자동차 시스템 전체를 고민하고 있었던 거죠.

 

테슬라의 매출

2019년에 367,500대의 차량을 판매했으며, 이는 2018년보다 1.5배, 2017년보다는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2012년부터 2019년 말까지 테슬라의 세계 판매량은 891,000대 이상이었다. 내비건트 컨설팅에 따르면, 2018년 10월 기준 테슬라의 판매량은 전세계 전기차의 약 20%를 차지했다.
수퍼차저

2012년 부터 테슬라 모터스가 전세계에 설치한 무료 급속 충전소를 말한다. 즉, 테슬라 차량을 구입한 사람들은 수퍼차저만 이용할 경우 연료비가 0원이다. 2016년 4월 6일 현재 전세계에 613개의 수퍼차저에 3,600개의 수퍼차저 충전기가 설치되어 있다. 북아메리카259개소, 유럽 222개소, 아시아/태평양에 119개소가 있다. 오는 2017년까지 2배인 7200개로 늘릴 계획이다. 한국에는 2017년 12월 31일 기준 14개 수퍼차저가 건설되었고 2018년에는 25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슈퍼차저는 480V의 직류(DC) 급속충전소다. 2015년 현재 홍콩이 수퍼차저 밀도가 가장 높다. 8곳의 수퍼차저 충전소에 36대의 수퍼차저 충전기가 설치되었다. 대부분의 홍콩 테슬라 모델 S 운전자는 20분 이내의 거리에 수퍼차저를 이용할 수 있다. 수퍼차저는 120kWh 직류(DC) 방식이어서 충전시간이 훨씬 단축된다. 배터리 용량 90kWh의 테슬라 모델 S를 수퍼차저에서 충전할 경우 40분이면 80%가 충전되고, 완충에는 75분이 걸린다. 따라서 수퍼차저를 이용해 테슬라 모델 3를 충전하면 21분이면 80% 충전되고 40분이면 완충된다. 최근 테슬라는 전기차 인프라를 확대하기 위해 수퍼차저 특허를 개방했다. 누구나 수퍼차저 충전 시스템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배터리 스와핑

2013년 테슬라는 모든 수퍼차저 충전소마다 배터리 스와핑 시스템을 하나씩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를 설치하는데 50만 달러(6억원) 정도 비용이 든다. 기존 테슬라 전기차의 배터리를 통째로 빼내, 완충된 배터리로 교체해 주는 개념으로, 배터리 교체시간은 90초에 불과하다. 각 수퍼차저 충전소마다 50개의 완충된 배터리를 보유한다.

플랫폼으로서의 자동차

자동차는 주행할 때 가치를 창출하지만 그러려면 연료 보급이 필요하죠. 휘발유 자동차나 트럭 제조사들은 이걸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주유소는 미국에만 16만 개 이상에 달하고, 또 접근이 쉽거든요. 따라서 그들은 제품, 가격, 유통, 프로모션 같은 마케팅의 기본 요소를 중심으로 전략을 짰습니다. 품질 좋은 승용차와 트럭을 만들고, 대대적으로 광고하고, 괜찮은 가격에 적절한 시장에 그걸 내놓으면, 제품은 팔릴 거라는 겁니다.

하지만 전기차에는 다른 가치 분석을 적용해야 합니다. 전기차 충전소, 즉 급속 충전 설비는 초기 단계로, 미국에 단 4000곳만 있는 상태죠. 더구나 이용 가능한 충전 네트워크는 소유권과 기술에 따라서 호환 여부가 달라집니다. 테슬라 다음으로 큰 네트워크는 테슬라 규모의 10%밖에 되지 않습니다. 테슬라를 구입하지 않는다면 급속 충전 충전소 이용이 보장된 주행 경로를 짜는 데 선택권이 거의 없게 되는 겁니다.

따라서 전기차는 양면의 플랫폼 제품입니다. 즉, 회사 입장에서는 다수의 고객 기반이 있어야 하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지리적으로 분산된 급속 충전소라는 대규모네트워크가 필요한 거죠. 전기차를 판매하려면 강력한 충전 네트워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대규모 충전 네트워크 구축에 투자한다는 건 충분히 큰 규모의 사용자 기반과 그 충전소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경우에만 합리적이죠. 테슬라는 그런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머지 회사들의 네트워크는 터무니없는 수준이죠. 왜 이런 일이 왜 일어났을까요? 테슬라의 역사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네트워크가 필요한 플랫폼

닛산은 날렵하고 비교적 저렴한 리프(Leaf)로 전기차 시장 초기에 선두를 달렸죠. 닛산은 2011년에서 2014년까지 가장 잘 팔리는 전기차였습니다. 이런 초기 성과에도 불구하고 닛산은 강력한 급속 충전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데 실패했고, 구매자들은 차종에 관계없이 모든 브랜드가 이용할 수 있는, 적은 수의 공동 충전소에만 의존하게 됐습니다.

테슬라의 접근법은 눈에 띄게 달랐습니다. 그들은 로드스터(Roadster)라는 과시적인 제품 덕분에 시작이 순조로웠고 상당한 초기 판매를 이뤄냈죠. 그리고 나서 2012년 모델S 출시에 들어갔는데 2013부터 2015년까지 기간 동안 약 1년 정도의 대기 기간이 있었습니다. 전기차를 지원하기 위해 테슬라는 전국에 걸쳐 독점적 네트워크를 구축했습니다. 테슬라는 초기에 자동차를 수천 대밖에 팔지 못했는데도 거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했던 거죠. 이로써 구매자의 ‘주행 범위 불안’ 문제를 해결했던 겁니다. 즉, 테슬라 구매를 고려하는 사람은 누구도 충전 문제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죠.

자동차 제조사 대부분은 닛산의 접근법을 따랐고, 더 좋은 전기차 제조에 투자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상해보세요. 개별적으로는 장거리 주행이 불가능한 자동차 생산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하는 대신 아우디, GM, 포드, 그리고 나머지가 각각 단 10억 달러만 투자해서 급속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면 어떨까요. 북미에서 그 정도 금액이면 10개의 충전 부스가 있는 충전소를 대략 1000여 곳 정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충전 네트워크가 그 정도 규모를 갖추고 적재적소에 배치된다면 구매자들은 충분한 신뢰를 갖게 될 것이고, 자동차의 특징과 충전 네트워크 둘 다를 고려하는 게 아니라 자동차의 특징에만 근거해 차를 선택할 수 있게 되겠죠. 그러면 기업들은 일정 규모의 판매량에 도달할 거고, 비용을 낮출 수 있고, 마침내는 테슬라를 위협할 만한 경쟁자가 될 수 있을 겁니다.

플랫폼의 이점

테슬라처럼 독점 플랫폼 전략을 쓰면 플랫폼 소유자는 이미 확보된 자동차 고객 기반과 충전소 네트워크라는 시장의 양쪽을 모두 조정할 수 있게 됩니다. 충전 네트워크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테슬라는 충전은 무료로 하고 자동차로만 돈을 벌 것인지 등 가격 책정 방식, 충전소 수, 신차 출시 타이밍, 충전소 위치 등을 선택할 수 있죠.

이런 선택을 할 때 테슬라는 전반적인 경영 전략과 더불어 구매자가 어디 있고, 어디서 운전하는지 같은 자세한 정보를 반영할 수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아직 한 대의 자동차도 팔지 않은 신생 회사인 리비안(Rivian) 역시 테슬라처럼 독점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리비안은 충전소를 주요 고속도로와 캠프장 사이에 분산시키고 있는데, 이건 이 회사가 어드벤처용 전기차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완벽한 전략이죠.

자동차 회사들은 새로운 전기차의 디자인과 생산에 막대한 투자를 하기 전에 테슬라의 전략을 본받아 충전 네트워크에 주력하거나 적어도 그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게 좋을 겁니다. 사실 네트워크를 실제로 구축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는 대신 충전소로 활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가진 회사들과 협력할 수도 있죠. 예를 들어, 기존의 화석 연료 에너지 회사들은 결국은 발이 묶일 주유소 자산을 가지고 있으니 그런 주유소를 전기차 목적에 맞게 다시 만들 수 있겠죠.

물론 네트워크에 집중하는 건 리스크가 없지 않습니다. 아예 처음부터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건 사소한 문제가 아니고, 또 잠재적 파트너가 어느 한 제조사와 기꺼이 독점적 관계를 맺을 거라고 장담할 수도 없죠. 제조사 입장에서는 다른 제조사보다 앞서 나가기 위해 그런 독점적 관계가 필요하겠지만요. 하지만 네트워크에 투자하면 전기차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분명히 커질 겁니다. 자동차에만 집중하면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죠. 적어도 지금까지의 근거에 의하면 말입니다.

전망

테슬라 자체가 빅테크(Big Tech) 플랫폼 전략에 전념하고 있는 건 분명합니다. 현재 새로운 자율 주행 기능에 대한 테슬라의 비즈니스 모델은 제품에 가격을 매기는 전형적인 방식이죠. 즉, 1만 달러 추가 요금을 한 번 부과하는 겁니다. 하지만 테슬라는 자율 주행을 매월 이용 요금을 받는 서비스로 전환할 계획입니다. 이 전략은 자동차를 서비스 플랫폼으로 새롭게 정의합니다.

그런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하면 테슬라는 부가 이득을 얻게 되는데요. 그건 바로 완전 자율 주행 자동차에 필요한 머신러닝 알고리즘용 훈련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그러면 테슬라는 차세대 자동차 경쟁에서 결정적 우위를 점하게 되겠죠. 충전 네트워크 경쟁에 관해서는 만일 다른 기업이 대안적 충전소 구축을 진지하게 고려한다면 테슬라가 자체 네트워크를 개방할 걸로 예상됩니다. 자체 네트워크를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이점이 사라지기 시작할 테니까요. 테슬라가 새로운 파트너의 연결을 허락하겠다고 암시를 하면서 실제로 그런 개방의 초기 징후가 보이고 있습니다.

제2의 테슬라를 꿈꾸는 기업들은 자신들이 왜 그렇게 뒤처져 있는지 세심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그건 자동차를 만드는 방법에 관한 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다수의 기존 회사들은 100년도 넘게 자동차를 만들어왔죠. 자동차 제조가 아니라 핵심 인프라, 즉 소비자가 신차를 기꺼이 시험해 보도록 해줄 충전 네트워크에 주력해야 할 겁니다. 일단 그렇게 한 후에야 그다음 전장에 나설 수 있죠. 자율 주행 자동차를 가능케 하고 자동차를 제품이 아닌 서비스로 전환하게 해줄 차량 데이터에 대한 통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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