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티스 R. 칼슨(Curtis R. Carlson)은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컨설팅회사 Practice of Innovation의 CEO다. 또한 우스터폴리텍대의 상임 고문과 노스이스턴대 교수로 재임 중이다.
1998년 나는 SRI 인터내셔널의 CEO가 됐다. 이 회사는 최초의 인터넷 신호를 수신하고, 최초의 AI 기반 로봇을 개발하고, 개인 컴퓨터 혁명을 시작하고, 컴퓨터 마우스, 전자 뱅킹, 로봇 수술 등을 발명한 유명 연구센터였다. 하지만 1998년의 SRI 연구센터는 파산 직전이었다. 내가 처음으로 참석한 회사 워크숍에서 한 매니저는 우리가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건이 안 됐기 때문이다. 자금은 바닥났고, 설비는 수리 없이 쓰기 힘든 상태였으며, 회사가 위치한 땅마저 매각이 진행 중이었다. 부서들간 정보 공유나 소통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대부분의 상급 관리자들은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자신의 관심사만 좇고 있었다.
하지만 2014년 내가 회사를 떠날 때는 매출이 3배 이상 뛰었고,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로 수백억 달러에 이르는 새로운 시장 가치를 창출하고 있었다. SRI가 세계를 선도하는 혁신기업 중 하나로 새롭게 자리매김한 것이다. 직원들이 일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고, 가치 창출을 위해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사용한 결과였다. 우리가 이끄는 프로젝트의 성공률은 크게 향상됐고, 직원들은 평생 남을 핵심 기술들을 학습했다.
나는 여기에서 우리가 사용한 프로세스에 대해 설명하려 한다. 이 프로세스가 있었기에 우리는 HDTV와 시리Siri(현재 아이폰에 사용) 같은 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우리의 방식은 파괴적 혁신과 점진적 혁신을 창조하는 데 모두 적용될 수 있으며, 이 프로세스의 여러 버전들이 주요 대학, 국가 연구소와 대규모 다국적 기업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 방식은 조직에서의 위치나 직업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통한다. 가치 창출은 우리 모두의 일이기 때문이다.
SRI를 떠난 후로 나는 그 시절 동료였던 렌 폴리조토Len Polizzotto와 함께 노스이스턴대와 우스터폴리텍대에서 이 방법론을 더욱 발전시켰다. 우리는 연구 주제를 임팩트를 만드는 혁신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2017년 이런 접근방식을 뒷받침하는 연구들을 문서화한 미국 국립공학아카데미National Academy of Engineering 보고서를 공동 집필했다.
적극적 학습을 통한 가치 창출하기
우리의 접근방식이 다른 방식과 다른 점은 가치 창출을 적극적인 학습의 과정으로 본다는 데 있다.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고안하는 일은 단순히 영감이 떠오르기를 기다려서 될 문제가 아니다. 통찰을 얻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빠르게 개선하기 위해 교육과학에서 검증된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
적극적 학습은 참여 여부에 좌우된다. 예컨대 건축을 배우는 학생들은 교과서를 읽거나, 강의를 듣거나, 다른 건축가들이 일하는 것을 보면서 배우는 게 아니다. 실제 프로젝트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결과물을 수정함으로써 건축의 장인이 된다. 학생들은 이런 활동을 통해 그동안 배운 이론과 어깨 너머로 관찰한 다른 사람들의 기술, 설계과정을 관리하는 자신의 능력을 종합하게 된다.
순전히 관찰과 이론을 통해서만 배우려는 사람들은 많은 부분을 놓치고, 더 많이 잊어버린다. 특히나 비즈니스에서 가치를 창출하려는 사람들에게 더욱 해당되는 얘기다. 혁신은 복잡하고 역동적인 환경에서 일어난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소음의 바다에서 어떻게든 제대로 된 신호를 찾아내기 때문에 성공한다. 이런 상황에서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가치를 창조하려면 적극적 학습의 다섯 가지 기본 요소를 포함한 구조화된 프로세스를 따라야 한다.
1 실시간 피드백을 받으며 반복하기. 무언가를 창조할 때, 학습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반복이다. 한 예로, 피아노를 자신의 진로로 진지하게 생각하는 학생들은 복잡한 손동작을 지속적으로 연습하고, 다양한 템포와 표현법을 시도한다. 이런 활동들은 문제를 새로운 시각에서 보고, 잠재적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는 전문가의 실시간 피드백이 주어질 때 가장 효과적이다. 물론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것은 피아노를 배우는 것과 매우 다르다. 투입해야 할 자원이 정해져 있지도 않고, 매우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학습의 과정에는 도제 방식보다는 혁신가를 동원한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다듬으면서 전문가, 동료, 파트너, 경쟁자, 그리고 가장 중요한 고객으로부터 폭넓은 피드백을 구할 혁신가가 있어야 한다. 효과적인 피드백을 얻으려면 고객의 니즈와 잠재적인 해결책에 대한 한두 가지의 핵심적인 통찰력을 얻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2 간결한 멘털 모형. 심리학자들은 우리 모두가 자신의 ‘멘털 모형mental model’을 구성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자신의 경험을 이해하고 결정을 도출하는 데 필요한 마음 속 사고의 틀이다. 적극적 학습 과정에서 우리는 이 모형을 사용해 어떤 아이디어가 먹힐지 가설을 세우는 데 근거가 되는 신념이나 통찰, 가정들을 파악한다. 그러고나서 수집된 근거와 비교하며 가설을 검증하고, 이것이 타당하다면 더 나은 모형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가설을 수정한다.
이렇게 초반 질문을 이끌어내는 멘털 모형에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한계를 반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기기억에 평균적으로 7개 항목만 저장한다. 게다가 한 번에 3개 혹은 4개 정도만 생각할 수 있다. 만약 혁신가들이(많은 경우 그렇듯이) 너무 길거나, 복잡한 멘털 모형을 사용할 경우 주어진 근거를 쉽게 이해하고 신속하게 학습해 더 나은 가설을 세우지 못할 것이다. 반대로 간결한 멘털 모형을 사용할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이 모형들이 거의 자동으로 사용 가능한 내재적 지식이 될 수 있다.
3 다양한 학습 스타일. 적극적 학습에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이를 실험하기 위해 다양한 접근법을 적용해 보는 과정이 포함된다. 예컨대, 이미지나 시뮬레이션, 프로토타입 등을 사용해 아이디어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고, 어떤 문제의 다양한 측면을 강조할 수도 있으며, 잠재적 솔루션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에 도전해볼 수도 있다. 또한 스토리텔링은 멘털 모형에 맥락을 부여해 효과적일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스토리는 사람들이 정보를 기억하고, 신념이나 가정, 이론들을 수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4 팀워크. 팀으로 일하는 것은 참여나 학습의욕, 동기를 높여준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나의 비즈니스 팀을 구성하는 데 필요한 최적의 규모는 5명 정도다. 이 숫자는 관점과 기술의 다양성을 확보해 주지만, 그룹이 파벌로 쪼개지기엔 작은 규모다. 소통비용과 잘못된 소통의 위험도 낮춰준다. 가치 창출은 고도의 협력과 다양한 분야의 융합이 요구되는 활동이다. 이 때문에 어떠한 개인도 가치 창출에 필요한 모든 지식, 멘털 모형과 통찰을 가질 수는 없다. 이것은 팀 내 각 구성원들이 각자 업무에 맞는 차별화된 역량과 경험을 보유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통의 비전을 갖되, 상호 보완적인 기술과 다양한 관점을 가진 구성원들로 팀을 구성하는 것이 관건이다.
5 빈번한 비교. 차를 살 때든, 무엇을 먹을지 결정할 때든, 우리는 비교를 통해 우리가 선호하는 선택지가 무엇인지 알고, 결정을 내린다. 그리고 연구 결과에 따르면 두 개의 유사한 대상을 직접적이고, 빠르게 비교하면 작은 차이도 크게 보인다. 가령 당신이 새로운 안경을 찾는다고 해보자. 여러 가지 안경들을 무작위로 써본다면, 당신에게 딱 맞는 도수의 안경을 발견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릴 수 있다. 따라서 의사는 여러 도수의 안경 렌즈들을 차례로 보여주는 기계로 검사하는 대신에, 당신 눈앞의 렌즈를 재빨리 바꿔가면서 “전에 것이랑 이번 것 중에서 어느 쪽이 더 잘 보이나요?”라고 물어본다. 당신이 미묘한 차이를 가진 렌즈들을 재빨리 비교하도록 함으로써 의사는 제대로 된 처방전을 금세 쓸 수 있다.
THE FRAMEWORK
NABC 가치 제안
체계적인 성공은 모든 적극적 학습의 구성요소들이 완전한 가치창출 시스템 안에 통합될 때 이뤄진다. 우리의 접근법은 일단 당신이 시장에 내놓길 원하는 가치 제안의 리스크를 완화하는 데 초점을 둔다. 그러나 좋은 가치를 제안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한번은 글로벌 대기업을 위해 워크숍을 진행한 적이 있다. 30명의 참석자들은 그들이 생각하기에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6개의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었다. 나는 워크숍을 시작하면서 이들에게 회사가 혁신, 고객가치, 가치 제안을 각각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포스트잇에 적어 보라고 부탁했다. 작성한 포스트잇을 벽에 모두 붙여놓으니, 가치 창출과 관련된 가장 기본적 개념에 대해서조차 공통된 정의가 없다는 게 명확해졌다. 이 때문에 모두가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 다음으로 나는 팀에게 이렇게 지시했다. “플립차트에 당신이 책임지고 있는 프로젝트의 가치 제안을 써내려 가세요. 고객의 니즈, 제안 대상에 대한 당신의 접근법, 비용 대비 편익, 그리고 경쟁 대상과 어떻게 다른지 서술하십시오.” 30분 후에 각 팀은 전체 그룹을 대상으로 자신들이 적은 내용을 2분간 발표했다. 어떤 가치 제안도 정량화돼 있거나 설득력 있지 않았다. 팀들은 다시 돌아가 발표 내용을 다듬는 작업을 했다. 이 과정을 수차례 반복하자, 많은 팀들은 자신들 프로젝트의 장점이 있긴 한지 의심하고 있었다. 일부 참여자들은 그동안 자신들에게는 흥미로울지 몰라도 회사에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위해 애써 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눈에 띄게 실망했다.
이런 상황은 드물지 않다. 나와 내 파트너들은 대기업, 대학, 국립연구소, 정부기관에서 온 500여 개 이상의 팀과 함께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들 중 어느 팀도 혁신의 핵심 개념에 대한 공통의 언어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처음에는 누구도 우리가 가치 제안의 기본적인 구성요소라 여기는 것들조차 설명하지 못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모형을 제공해 주자, 이들은 기존 프로젝트의 4분의 1 미만만이 완료 시 기업에 상당한 가치를 제공해 준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우리의 분석틀은 가치 제안이 지향해야 할 기본적이고 간결한 모형에 기반을 둔다. 우리는 이를 NABC 가치 제안이라고 불렀다. 이 모형은 내가 윌리엄 윌모트William Wilmot와 함께 작업한 라는 책에 자세히 묘사돼 있다.
NABC 가치 제안은 네 가지 주제를 다룬다.
• Need(소비자의 요구): 제안 대상은 시장이 충족시키지 못하는 니즈의 공백을 채울 수 있어야 한다.
• Approach(접근방식): 제안 대상은 독특하고, 눈길을 끌면서도, 지지를 얻을 만한 방식으로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해야 한다. 또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 Benefits/costs(비용 대비 편익): 제안 대상은 고객들에게 명백히 우수한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 Competition(경쟁대상): 고객들이 다른 대안보다 제안 대상이 더 매력적이라고 일관되게 생각해야 한다.
혁신을 이루려는 사람의 첫 번째 업무는 이 네 가지 요소를 모두 다루는 가치 제안을 작성하는 것이다. 한 가지라도 누락되면 제안이 불완전해지고 가치 창출에 도움이 안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요소들은 상호 의존적인데, 이들 중 하나라도 바뀌면 다른 요소의 일부 혹은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컨대, 고객의 니즈가 변하면, 비용 대비 편익, 경쟁 대상, 그리고 접근방식도 바뀔 것이다.
NABC 모형의 간결성은 이 틀이 지닌 강점이다. 이 모형을 사용해 제안을 평가할 때 네 가지 요소만 생각하면 되기 때문이다. 반면, 지나치게 복잡한 모형은 적극적 학습의 핵심 원칙을 위반한다. 한 예로, 하일마이어 질문은 11개 문항으로 구성돼 있고,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는 각각 다수의 질문으로 구성된 9개 파트를 가진다.
SRI에서는 시리의 가치 제안을 작성하는 데이 NABC 모형을 사용했다. 초창기 시리는 원래 여행 준비를 돕는 용도로 고안된 도구였다. 그러다 분사돼 스티브 잡스에게 인수된 후에는 보다 일반적인 ‘인공지능 비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초기에 잠재적인 투자가들에게 제공된 시리의 가치 제안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 Need: 바쁜 전문직 종사자들에겐 하루 24시간 출장 계획과 예약을 도와줄 비서가 필요하다. 느린 타자로 인터넷을 누비고 키워드를 검색하는 것은 정보를 모으고 거래를 완료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다.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잘못된 버튼을 한번 클릭할 때마다 검색자의 니즈를 충족할 만한 제안의 20%가 보이지 않게 된다.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웹 서비스는 매년 35%씩 성장하는 수십억 달러 비즈니스 기회다. 그러나 고통스러울 정도로 불편한 유저 경험으로 인해 접근이 쉽지 않다.
• Approach: 시리는 스마트폰에서 음성 영어에 반응해 정보와 서비스를 찾는다. 가령 “유나이티드 항공 242편 현황을 알려줘”와 같은 명령을 수행한다. 서비스 제공자로부터 검색결과 노출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 게 비즈니스 모델이다. 완전한 상업 서비스는 12개월 안에 구축될 예정이며, 최고의 연구자들과 검증된 CEO로 구성된 훌륭한 팀이 갖춰졌다.
• Benefits/costs: 시리는 모바일폰 사용 경험의 근본적인 돌파구다. 그저 요청만 하면 당신의 모바일 비서인 시리가 모든 것을 알아서 처리할 것이다. 우리 앱은 무료이며, 사용자가 기본적인 서비스를 신속하게 찾도록 해준다. 서비스 제공자들은 3달러에서 30달러의 수수료를 내고 추가 고객을 확보하게 된다.
• Competition: 시리는 세계 최초의, 확장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컴퓨터 개인 비서다. 이 앱은 구글이나 빙의 처리 속도보다 2배나 빨리 사용자의 검색 요청을 완료한다. 시리는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앱의 가치도 높아지는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가진다. 우리가 적용하는 AI 기술은 사용자 학습에 기반을 두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정확도가 높아진다. 지식재산권의 지위도 견고하다. SRI R&D 펀딩 가운데 5000만 달러를 들여 개발된 20개의 특허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가치 제안을 작성하면서 세 가지 실수를 자주 범한다. 첫째,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치 제안의 근간이 돼야 하는 고객의 니즈에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 대신 자신들의 아이디어와 사랑에 빠지고 만다. 이는 거의 전적으로 자신들의 접근방법에만 주의를 쏟는다는 뜻이다. 내가 본 혁신기술 홍보물의 95% 이상이 모두 접근방법에 초점을 뒀다. 이는 해당 팀이 진정 무엇이 중요한지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는 증거다.
팀이 이런 함정을 피하고 고객의 니즈를 진지하게 들여다보려 하더라도, 이들은 곧잘 두 번째 실수를 범한다. 바로 고객들의 말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실수다. 실제적인 니즈를 파악하기보다는 이들이 말하는 니즈를 곧이곧대로 믿는다. 최초의 아이폰(2007년)을 생각해보자. 그 당시 애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더 나은 키보드를 원했다. 그러나 이들이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편리성과 손쉬운 사용이었다. 그리고 이런 니즈는 바로 아이폰의 혁명적인 터치스크린을 통해 충족될 수 있었다. 이처럼 고객들은 자신이 아는 것만 요구할 뿐 무엇이 가능한지까지는 알지 못한다.
사람들이 주로 저지르는 세 번째 실수는 앞서 다른 두 가지와 관련돼 있다. 바로 불분명한 접근법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쓰는 것이다. 가치 제안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소기능 제품을 제작하는 것은 시간과 돈 낭비다. 시작할 때 가능한 한 최소 규모의 팀을 구성해 가치 제안에 따르는 주요 리스크를 해결해야 한다. 이런 리스크가 완화되기 전에 제안 대상을 실제 제작하는 것은 거의 항상 값비싼 실수로 끝난다.
NABC 제안이 성공적이라면, 이는 보통 제안자들이 문제를 새로운 프레임에서 바라보고, 잠재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한두 가지 큰 아이디어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는 거꾸로 서 있는 케첩 병을 보는 것에 익숙하다. 하지만 처음에 이 디자인은 놀라운 것이었다. 병이라면 예전부터 좁은 목을 가지고 똑바로 서 있는 게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내용물이 새서 지저분해지는 것을 막으려면 그래야 했다. 이 때문에 케첩을 나오게 하기 위해서는 병을 기울여 바닥을 쳐야 했고, 대개는 원했던 것보다 많은 양이 접시 위로 떨어지곤 했다. 그런데 발명가 폴 브라운Paul Brown은 케첩이 더 잘 나오는 일반적인 병을 만들 필요 없이, 새지 않는 위아래가 뒤바뀐 병을 만들면 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관점을 바꾸자 해결책은 명백해졌다.
THE PEOPLE
챔피언과 팀
누군가 충족되지 않은 니즈를 채울 방법에 대한 통찰을 가지고 있고, 이를 제품이나 서비스로 만들겠다는 동기가 확실할 때, 가치 창출이 시작된다. 나는 이런 사람들을 챔피언이라고 부른다. 그 용어 자체가 가치 창출에 필요한 정신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한 직함이나 직위가 필요치 않기 때문에, 누구나 조직의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챔피언처럼 행동할 수 있다. 챔피언은 자신의 프로젝트를 열정적이고, 끈기 있게 추진한다. 이들은 스스로 선택하는 사람들이다. 사람들에게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이 되라고 명령한다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이들의 추진력은 바로 내면에서 나온다.
SRI에 재직할 당시, 누가 어떤 아이디어를 가지고 찾아오면, 나는 제일 먼저 “당신이 챔피언이 될 겁니까?”라고 물어봤다. 새로 온 사람들은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어본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설명한다. “챔피언은 중요한 기회를 파악하여 가치 제안의 발전을 이끌고, 가치 창출에 필요한 기술을 배워 팀을 구성하며, 스스로 인간적 가치의 귀감이 됩니다. 여기에 동의한다면, 시작해 봅시다.” 나의 기본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챔피언이 없으면 프로젝트도 없다. 여기에 예외는 없다.
일단 아이디어와 챔피언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즉시 NABC 가치 제안을 작성해 보라고 요청한다. 그리고 더 큰, 더 나은, 더 빠른 혹은 더 저렴한 등의 모호한 단어를 사용하는 대신 가치를 정량화하라고 주문한다. 이 챔피언이 확실한 숫자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나는 “최선의 예상치를 적어보라”라고 조언한다. 처음에는 늘 그렇듯이 틀릴 것이다. 하지만 이 첫 번째 단계는 아이디어, 핵심 과제, 팀을 구성할 때 갖춰야 할 기술을 명확히 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러고나서 챔피언이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정서적인 지원을 제공해 주는 ‘반복단짝’을 만들라고 주문한다. HDTV를 개발할 때 나의 파트너는 글렌 라이트마이어Glenn Reitmeier였다. 우리는 가치 제안을 수년에 걸쳐 수백 번 반복했고, 그런 뒤에야 실제 솔루션으로 이어진 통찰을 얻게 됐다.
가치 제안이 발전해 나가는 과정에서 챔피언은 다른 동료들을 참여시키게 될 것이다. 가설을 검증하고 심각한 리스크 요인들을 제거하려면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들을 찾게 되기 때문이다. 팀은 보통 비즈니스 역량을 가진 사람 1명, 기술적 전문성을 가진 사람 1명, 그리고 파트타임으로 시장 분석, 기술 문제 및 운영을 도와줄 사람들로 시작한다. 첫 번째 목표는 제품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THE PROCESS
가치 창출 포럼
가치 창출 포럼은 반복되는 회의다. 이곳에서는 최대 5명 팀원으로 구성된 3~6개의 팀이 자신의 프로젝트에 대한 가치 제안을 발표하고, 다른 참가자들로부터 의견을 받는다. 전형적인 포럼에는 10~25명이 참여한다. 외부 전문가들과 파트너들은 필요할 때 초대돼 참가자들이 시장, 경쟁 대상, 다양한 잠재적 솔루션을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SRI에서는 기업의 분야별로, 즉 핵심 기술-서비스 사업 지속, 전략적 투자, 라이선스와 새로운 벤처 구상을 위한 별도 포럼을 가졌다. 우리는 모든 포럼에 동일하게 전반적인 설계를 적용했다. 즉, 포럼 퍼실리테이터가 비즈니스 목적에 따라 매 격주에서 6주마다 1~3시간에 걸쳐 대면 혹은 인터넷을 통해 화상 포럼을 조직하고 사회를 보는 방식이다. 팀들은 참여 신청을 하고, 2일간의 워크숍에 참석해 가치 창출의 기초과정을 배운다. 퍼실리테이터는 팀의 역할과 기대에 대해 코칭을 한다.
포럼마다 한번씩 각 팀의 누군가가 10분 내로 해당 팀의 가치 제안을 설명하며, NABC를 발표한다. 이후 퍼실리테이터는 무작위로 참여자들을 불러 다음의 질문을 던진다.
• 어떤 부분이 설득력이 있었으며, 끝까지 유지해야 할까?
• 개선해야 할 부분과 그 방법은 무엇인가?
• 당신이 잠재적 고객이라면 제안하는 상품을 구매하겠는가? 아니라면, 무엇이 당신의 마음을 바꿀 수 있을까?
• 당신이 투자가라면, 투자하겠는가? 아니라면, 무엇이 당신의 마음을 바꿀 수 있을까?
그리고 나서 퍼실리테이터는 모든 참가자들에게 다른 코멘트가 있는지 물어본다. 마지막으로 누군가에게 피드백의 질을 평가하도록 한다. 이런 모든 논의가 일어나는 동안, 발표자는 서서 조용히 경청한다. 팀원 중 한 명은 회의 후 검토를 위해 노트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발표자들은 코멘트를 편견 없이 듣기보다는 자신의 발표 내용을 변호하고 싶은 충동을 갖게 되기 쉽다. 이 경우 회의가 적대적인 논쟁으로 변질될 수 있다. 피드백에 대해 고민하고 대응하는 것은 팀이 추후에 할 일이다.
이미 말했듯이 참가자들은 NABC 모형을 활용해 단지 네 가지 요소에 대한 여러 가지 가치 제안을 비교할 수 있다. 이런 포럼 과정을 거치면 학습이 비교적 쉬워진다. 그리고 팀은 이들이 받는 직접적인 피드백에서뿐 아니라 다른 팀의 발표를 보면서 많은 것을 얻는다.
예를 들면, 당신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려는 드론 회사를 위해 일한다고 생각해 보라. 당신 팀의 가치 제안에 따르면 조류 관찰자용 드론에 대한 니즈가 있고, 전반적인 소비자 드론 시장에서도 매년 수십억 달러의 매출이 만들어진다. 다른 포럼 참가자들은 아마도 이런 고객 니즈와 회사가 공략하려는 세분화된 시장이 구체적이지 않다고 지적할 수도 있다. 이런 피드백이 도움이 될지라도, 당신은 다음 번 회의에서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런데 다른 팀이 발표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고 생각해 보라. “미국에는 매년 장비에 거의 300억 달러를 지출하며 활발하게 새를 관찰하는 2000 만 명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 중 1%가 최신 장비를 사들이며 자신들의 경험을 클로즈업 사진과 비디오로 담고 싶어하는 하드코어 조류 관찰 동호인들입니다. 이렇게 열성적인 그룹의 상위 5% 지출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연간 1500만 달러에 달하는 조류 관찰용 드론 잠재 시장의 고객입니다. 극도의 저소음과 위장 가능성이 이 드론의 특징이죠.” 아직 충족되지 않은 시장의 니즈를 이런 방식으로 묘사함으로써 회사는 잠재 고객을 더욱 구체화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를 보다 명확히 할 수 있다. 또한 이 발표는 다음 번 포럼에서 다른 팀들의 기준이 된다.
이런 예는 비교 학습이 힘을 발휘하는 순간을 보여준다. 사람들이 이런 과정을 2일간의 워크숍에서 여덟 번 혹은 그 이상 반복하고, 계속 열리는 가치 창출 포럼에 참여하게 되면 극적인 진전을 보게 된다.
좋은 포럼은 일정과 활동을 관리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한 팀에 도움을 제공하고, 적절한 때에 새로운 아이디어와 명료함을 제공한다. 이를 위해서는 좋은 퍼실리테이터가 필요하다. 퍼실리테이터들은 강의를 하기 위해 있는 존재가 아니다. 이들의 역할은 팀들이 개념을 이해해 적용하고, 문제를 다른 틀에서 재구성하고, 팀원들로부터 피드백을 받도록 도와주는 데 있다. SRI에서 우리는 보통 선배들이나 임원들에게 이 역할을 맡겼다. 혁신과 관련된 검증된 실적을 가진 사람을 골라 우리의 방법론을 훈련시켰다.
승자 고르기
SRI의 프로젝트들은 상당한 가치를 창조할 잠재력을 보여줄 경우 추진됐다. 보통 새로운 사업을 시도할 때는 1억 달러 혹은 그 이상의 시장 가치를 기준으로 삼았다. 이 규모는 최고의 인재를 끌어들이고, 아는 게 많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얻고, 의미 있는 재무 수익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정도였다. SRI는 기준을 맞추지 못한 프로젝트를 포기하거나, 라이선스 기술 쪽으로 방향을 틀거나, 다른 R&D 프로젝트와 합쳤다.
어느 때이든 우리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여러 개발 단계에 있는 10여 개의 프로젝트로 구성됐으며, 매년 여러 프로젝트가 상품화됐다. 우리는 초창기에 수만~수십만 달러 범위의 점증적으로 금액이 늘어나는 평범한 수준의 투자를 했다. 그리고 가치 제안의 유효성을 확립하는 데 중점을 뒀다. 중간 관리자들은 초기 개발 작업에 자금을 댔고, 추가적인 지원을 받아 내기 위해 가능성 있는 프로젝트들을 조직 윗선에 추천했다. 최대 5년의 인큐베이션 기간 이후, 우리는 주로 사외의 경험있는 사업가를 찾아 영입하고, 벤처를 시장에 내보내기 위한 세계 최고의 팀을 구성한다.
미국에서 혁신은 매우 비효율적으로 이뤄진다. 신생기업의 1인당 일자리 창출 비율은 수십 년째 하락세다. 특허권의 오직 3%만이 상품화된다. 대부분의 대학 기술 이전과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들은 돈을 까먹고 있다. 벤처 투자사들은 1개 회사에 투자하기 위해 100여 개 이상의 투자 건을 검토하며, 보통 10개 중 1개 미만의 투자 건만이 상당한 수익을 가져온다. 대부분의 벤처 투자사들이 사실상 돈을 벌지 못한다. 5%의 투자사들이 수익의 95%를 벌고 있다. 220여 개 되는 대학 창업 프로그램, 창업을 가르치는 6000명의 교수 및 강사들, 1400개의 벤처 인큐베이터와 매년 정부 투자금으로 수십억 달러를 지출하는 노력들이 있는 데도 상황이 이렇다.
우리는 더 잘해야 한다. SRI와 다른 조직에서의 내 경험에 비춰 보면, 가치 창출 프로세스가 적극적 학습 원칙들과 구조화된 NABC 방법론에 기반을 둬야 한다. 그래야 우리 경제가 필요로 하고, 또 마땅히 누려야 할 개선된 혁신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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