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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눈뜨기

마이크로소프트의 원격근무 테스트

by 남이철이 2021.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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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부재, 시장의 혼란, 이유를 모르는 업무 방식, 직원들의 번아웃, 극심한 효율성 저하 이것은 현대 조직문화를 대변하는 말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원격근무라는 새로운 근무형태가 각 기업에 적용되고 있다.

 

글로벌기업 역시 원격근무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실험을 해보았다.

그 기업은 대표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사는 일을 어느 정도까지 유연하고 적응성있게 할 수 있는지, 원격근무 환경에서 협업과 네트워크가 어떤 식으로 변화하는지, 서로 다른 공간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민첩성을 발휘하는 연구를 했다. 대대적인 근무형태의 변화를 시도한 셈이다.

 

가장 먼저 한 것은 사용자들의 업무활동을 매일 측정하는 ‘워크플레이스 애널리틱스’와 익명 심리 설문조사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 직원들의 업무 패턴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분석하는 실험이었다.
이 조사는 우리 동료들에 대한 공감과 이들의 적응능력에 대한 깊은 호기심에서 출발했다. 가설은 거의 세우지 않았지만 다음과 같은 중요한 질문들을 준비했다.

•직원들은 한 공간에서 업무생활과 가정생활을 어떻게 통합하고 분리할까?

•우리는 일반적인 대면접촉 없이도 인간관계와 인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협업방식이 달라질까?

•관리자는 전면 원격근무하는 팀을 지원하고 참여를 북돋기 위해 어떤 방법을 쓸까?

 

앞으로 직장의 모습은 많은 변화를 겪을것이다.


직장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MS는 비식별 처리된 이메일, 캘린더, 인스턴트메시지 메타데이터를 분석하고, 이 분석 데이터와 이전 기간 메타데이터를 비교하고, 동료들의 생각과 느낌을 들으면서 일과 생활의 균형, 협업 등 여러 영역을 매주 살펴봤다. 

결론적으로 근무시간이 길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사람들의 주당 근무시간이 평균 4시간 더 증가한 것이다. 이번 조사는 한 가지 가능한 설명을 제시해 준다. 직원들은 개인시간에 짬을 내 자녀를 돌보고, 잠깐 바람을 쐬거나 운동을 하고, 강아지를 산책시킨다고 말했다. 이런 휴식시간을 마련하려다 보니 사람들의 업무시간이 더 일찍 시작되고 더 늦게 끝나는 경향이 있었던 것이다.

이런 조사 결과들이 꼭 좋거나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여러 조사 결과가 사람들이 새로운 요구에 어떻게 적응하는지에 관한 미묘한 관점을 제시해줬다. 이를테면, 마이크로소프트 영업사원들이 고객과 공동 작업하는 시간을 대폭 늘린 반면, 제조담당 부서 직원들은 점점 늘어나는 공급업체들과의 접촉 지점을 간소화하고 최적화하는 데 집중했다. 그중 하나는 사람들이 한 공간에 있지 않는데도 회의 중 멀티태스킹을 하는 빈도가 급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과 생활의 경계선이 희미해졌다는 뜻이다.

조사 결과는 아래와 같이 몇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1.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오래된 관행을 빨리 바꿀 수 있다. 직원 350명으로 구성된 협업 패턴을 측정하면서, 원격으로만 회의를 하기 시작한 이후 회의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살펴봤다. 놀라운 점은 30분짜리 회의생겨났다.

전체적으로 주당 회의시간은 10% 증가했지만 개별 회의시간은 짧아졌다. 30분을 넘지 않는 회의는 22% 늘어난 반면, 한 시간 이상 걸리는 회의는 11% 줄었다. 즉, 밀도있게 회의를 진행했다는 뜻이다.

놀랍게도 지난 수십 년간 기업에서의 회의시간은 대체로 늘어났다. 이런 경향은 직원의 생산성과 행복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회의시간은 경영진의 지침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단축고 실시한 심리 설문조사를 보면 이 변화가 환영받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 관리자는 물에 빠지지만 구명용품도 잊지 않는다. 여러 지표를 통해 관리자가 원격근무 전환으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위관리자들은 일주일에 8시간 이상을 협업에 할애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보다 몇 주 먼저 오피스를 폐쇄한 중국이 350명 규모의 팀에 미친 영향을 측정했다. 관리자들은 Microsoft 팀즈(협업도구) 통화시간이 주당 7시간에서 14시간으로 두 배 증가했다고 전했다. 직원들을 지원하고, 인간관계를 증진하고, 이리저리 분산된 팀들을 집에서 관리하면서 관리자들은 3월에 115% 더 많은 인스턴트 메시지를 전송했다. 

관리자는 이런 혼란한 시기에 직원들이 정상으로 돌아오도록 돕는다. 원격근무로 전환한 이후 팀 직원들의 근무시간이 갑자기 늘었다. 하지만 관리자-직원 관계의 핵심 접점인 일대일 회의를 들여다보면, 관리자와 주간 일대일 회의를 평균적으로 가장 많이 하는 직원들의 근무시간이 가장 적게 늘어났다. 요약하자면 관리자는 직원들이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개인시간을 침범당하지 않게 도움으로써 완충제역활을 한 셈이다.

직장 문화를 바꾸는 데는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팀의 근무리듬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정량화할 수 있었다. 

혼란의 시기가 찾아왔을 때 유연성이 발휘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팀원 대부분이 회의시간을 오전 8~11시에서 오후 3~6시로 옮겼다. 한 직원의 표현을 빌리자면, 일과가 ‘스위스 치즈처럼’ 파편화돼 회의와 사적인 의무를 병행해야 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우리는 융통성 있게 대처하기 시작했다. 틈틈이 일을 처리하는 게 도움이 됐지만, 업무가 갑자기 몰려서 개인 휴식을 위해 남겨뒀던 시간까지 일을 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팬데믹 위기 전에는 점심시간에 주고받는 인스턴트 메시지가 다른 시간대보다 25% 줄었지만 지금은 감소율이 10%에 불과하다.

•직원들이 밀린 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새로운 ‘야간근무’가 자리를 잡았다. 개인 업무에 집중하는 시간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오후 6시와 밤 12시 사이에 전송되는 인스턴트 메시지의 비중이 52%나 증가했다.

•주말에는 업무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직원들의 일과 삶의 경계가 갑자기 모호해졌다. 주말 동안 협업에 10분 미만을 할애하던 직원의 10%가 한 달 뒤에는 주말 협업시간이 3배 더 늘었다.

3. 인간관계는 매우 중요하며 사람들은 관계 맺는 방법을 찾아내고 만다. 소속감은 인간의 핵심 욕구 중 하나이며, 연대감을 느끼면 자연스럽게 동기부여가 된다. 그래서 직장 내 인간관계가 중요하다. 돈독한 사회적 관계가 형성되면 직원들은 행복감을 더 느끼고, 건강상태도 더 좋아지고, 더 강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원격근무로 전환하고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상당수 고객사 내부에서 원격 친목모임이 빠르게 유행하기 시작했다. 사내식당에서 함께 점심식사를 하는 일, 동료의 자리에 예고 없이 찾아가는 일 등 자연스러운 접점이 사라지자 직원들이 새로운 방안을 찾아낸 것이다. 팀의 원격 친목모임에는 단체 점심식사에서 ‘잠옷 입고 일하기’ ‘반려동물 소개하기’ 같은 다양한 테마를 정해 함께 즐기는 해피아워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전반적으로 한 달 만에 친목모임이 10% 증가했다.

동시에, 직원들 간의 일대일 회의 일정이 18% 증가했다. 이는 사람들이 인간관계를 잃어버리느니 차라리 회의를 일정에 집어넣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 직원 9만여 명의 인적 네트워크도 측정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환경, 낮 시간의 리듬, 사적인 의무가 급격하게 변화했다는 점을 미뤄볼 때 네트워크가 대폭 축소됐을 거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대다수 직원들이 기존의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더 고무적인 사실은 대부분의 인적 네트워크가 더 커졌다는 것이다. 위기의 시기에 직원들이 자신이 속한 업무그룹 네트워크만을 강화할 거라고 짐작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룹 내부 네트워크만이 아니라 그룹 간 네트워크도 확장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각 팀마다 스스로 적응하고 일을 잘하기 위해서 인맥 네트워크를 구축하려고 노력했음을 보여준다.


미래의 직장문화

사람들의 행동과 일상적 업무방식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이해하는 일은 첫 번째 단계이다. 첫 발걸음을 뗀 것이다. 더 까다로운 다음 단계는, 조직의 기반이 계속 바뀌는 상황에서도 어떤 변화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이에 따라 경로를 수정해야 하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내 다른 조직들도 참여와 생산성을 지원하고, 일과 삶의 통합을 돕기 위해 창의적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한 제품 엔지니어링 팀은 회의 없이 직원들이 개인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재충전 금요일’ 제도를 실시하기로 했다. 직장인 나로서 이런 제도가 정착되기만 한다면 즐거운 금요일이 되고 동시에 업무에 대한 열정이 더 생길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항상 대기를 해야한다는 원격근무의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으로, 일부 팀은 직원들이 전자기기를 끄고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일부러 휴가를 장려하기도 한다. 이 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개입방법은 결과보다 사고방식에 중점을 뒀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사람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없는 이유를 물었고, 남는 시간이 회의에 쓰이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게 원인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래서 우리는 특정한 날에는 회의를 아예 없애기로 했다. 불필요한 회의가 직장인에게 얼마나 고역인지 알게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많은 기업이 다음 단계 계획을 세우는 가운데, 조직의 건강과 사업 연속성을 계속 지원하는 데 필요한 변화에 연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새로운 프로세스와 정책, 툴링tooling과 업무공간, 협업규범, 직원 웰니스 자원이 이런 변화에 포함된다.

 

미래가 점점 디지털화되고, 유연해지고, ‘재택 친화적’으로 변하리라는 걸 안다. 전 세계 조직이 오피스로 복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업무 패턴과 기준점을 비교 평가하고 사람들의 적응 방식을 계속 주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일례로, 많은 직원이 이미 오피스로 복귀한 중국에서 일하는 동료들은 인스턴트 메시지에 대한 의존 증가, 주당 근무시간 증가 등 원격근무를 하며 생긴 습관 중 일부가 오피스 복귀 후에도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의 직장은 과연 코로나19로 완전히 바뀔것인가? 아직은 모른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는 데이터를 통해 미래를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이 변화와 관련해 우리가 얻는 새로운 정보가 수개월, 수년 후 조직의 회복탄력성을 키워주는 비결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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