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 하멜(Gary Hamel)은 런던경영대학원의 방문교수이자 매니지먼트 랩(Management Lab)의 창립자. 미셸 자니니(Michele Zanini)는 매니지먼트 랩의 매니징 디렉터. 이들은 (Harvard Business Review Press, 2020)의 저자이다.
CHANGE MANAGEMENT
일상의 천재성을 살려주는 법
미쉐린은 어떻게 일선 팀에 권한을 주고 변화를 이끌었는가
문제점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나라에서 ‘좋은 일자리’가 감소하고 있다. 원인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임금 일자리는 최저 능력을 지닌 사람들로 채워진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잘못된 생각 때문에 수백만 명의 근로자들이 기술을 배우고 생각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빼앗겼다. 해결책 미쉐린은 그러한 편견에 도전해 일선 직원들의 권한과 책임을 크게 강화했다. 몇몇 공장을 선정해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그곳에서 가장 성공적인 방법을 점차 조직 전체로 확대하는 보텀업 프로세스를 통해 변화를 추구했다. |
미국과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좋은 일자리’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래서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를 의무적으로 포함시키는 방안, ‘긱 이코노미gig economy’ 임시직 근로자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 인적자본 투자에 대한 세금혜택 지원, 전 국민 기본소득 같은 새로운 제안들이 등장했다. 이 중 몇 가지는 훌륭한 아이디어 같아 보이긴 하지만, 우리가 보기에 여전히 근본 문제는 해결되지 못한 것 같다. 문제의 핵심은 ‘저임금 일자리는 최저 능력을 지닌 사람들로 채워진다’는 편견이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다는 점이다. 이런 잘못된 생각 때문에 수백만 명의 근로자들이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생각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빼앗겨 왔다.
근로자를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기계’라고 보는 시각은 근로자 대부분이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했던 초기 산업혁명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11년 프레드릭 테일러Frederick Taylor는 자신의 저서 <과학적 관리법>에서 일반 노동자들은 “너무 무식해서 ‘퍼센트’라는 단어도 못 알아듣는다”고 말했다. 그는 일선 업무에서 판단력을 제거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방법의 표준화, 최상의 도구와 근로조건의 도입, 협력 강화를 통해서만 신속한 작업이 보장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건 누구의 역할인가? 당연히 전문적으로 훈련된 관리자들이다.
테일러의 산업관료주의 모델은 ‘생각하는 직원thinkers’과 ‘노동하는 직원doers’으로 나누어지는 카스트제도를 만들었으며 이는 오늘날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그 이후 등장한 ‘총체적 품질관리(TQM)’와 ‘카이젠(改善)’ 경영기법은 직원들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됐지만, 여전히 기업계에서는 기본적인 관료주의적 접근방식이 지배적이다. 2019년 갤럽 조사에 따르면, 미국 근로자 5명 중 1명만이 “직장에서 내 의견이 중요해 보인다”에 매우 동의했으며, “나는 내 업무에서 위험을 감수해 새로운 제품이나 솔루션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한다”에 매우 동의한 응답자는 10명 중 한 명도 채 되지 않았다. 2015년 미국 근로조건 조사에서 미국 일선 직원들의 11%만이 자기 업무에 중요한 의사결정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대답했다. 반면, 우리가 미국 노동통계국 데이터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미국 근로자의 70%는 독창성이 전혀 혹은 거의 필요하지 않은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고 나타났다.
오늘날의 근로자들은 20세기 초의 근로자들보다 훨씬 더 우수한 교육을 받았지만, 관리자와 일반 직원, 즉 ‘똑똑한 이들’과 ‘불평하는 이들’ 간 격차는 여전히 깊게 자리잡고 있다. 그 결과 인간의 독창성human ingenuity이라는 광활한 바다는 여전히 미개척 상태로 남아 있다. 이로 인해 개별 기업, 그리고 경제 전반의 성과가 저하된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직원들을 관료주의적 통제의 굴레에서 해방시켜 왔다. 이들 기업은 다른 기업들보다 월등히 높은 성과를 냈다. 미국 철강기업 뉴코어Nucor, 네덜란드 가정 건강관리기업 뷔르트조르흐Buurtzorg, 스웨덴 은행 스벤스카 한델스방켄Svenska Handelsbanken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 회사들은 직원의 역량강화를 표방하며, 직원들에게 평균 이상의 임금을 지급한다. 특별히 더 관대해서가 아니라, 직원들이 뛰어난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들은 ‘평범한’ 직원들이 학습하고, 성장하고, 회사에 기여할 기회를 얻으면 특별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깊은 신념을 공유한다. 그러한 신념이 지속적 행동과 만나면, 회사 직원들은 풍부한 지식을 쌓고, 끊임없이 창의력을 발휘하며, 열정적으로 고객에게 몰두한다.
그렇다면, 왜 더 많은 기업들이 이들을 따르지 않는 걸까? 좋은 의도를 가진 CEO들조차 회사의 상명하달 관리구조가 직원들의 열정과 독창성을 짓밟아버리는 상황에 무기력하게 손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독일 소프트웨어 기업 SAP의 공동 CEO인 짐 하게만 스나베Jim Hagemann Snabe는 임기 말미에 회사의 전체 직무에 대한 KPI(핵심성과지표, key performance indicators)가 5만 개 이상에 이른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았다. “우리는 회사를 원격으로 통제하고 운영하려고 했다. 우리 직원들은 놀라운 재능을 가졌지만, 우리는 그들의 두뇌를 죽이고 있었다”라고 그는 회상한다.
이 글에서 우리는 프랑스의 타이어 제조사 미쉐린(Michelin, 프랑스식 발음으로는 ‘미슐랭’)의 사례를 바탕으로 관료주의적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미쉐린은 프랑스 대기업의 특징인 악명 높은 계층적 기업구조라는 암묵적 규범에 도전해 왔다. 프랑스는 공장의 근로자들이 건설적으로 경영진과 협력하기보다는 공격적으로 파업에 나서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50년간 자동차 산업의 특징으로 여겨졌던 중앙집중화의 반전을 꾀하고자, 2012년부터 미쉐린은 프랑스어로 ‘권한 부여’라는 뜻을 가진 ‘레스폰사빌리자시옹responsabilisation’을 모토로 삼고, 일선 직원들의 권한과 책임을 크게 강화해 왔다. 2020년 초 레스폰사빌리자시옹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으면서 5억 달러(약 6000억 원)에 달하는 제조공정 개선이 이뤄졌다. 2012~2019년 동안 미쉐린 CEO를 지낸 장도미니크 세나르Jean-Dominique Senard는 이 프로그램을 자신의 “가장 자랑스러운 업적” 중 하나라고 선언했다.
변화가 시작되다
레스폰사빌리자시옹 프로그램의 아이디어는 불만에서부터 시작됐다. 2000년대 중반 회사는 표준화된 프로세스, 툴, 대시보드, 성과 감사를 통해 생산성을 개선하는 ‘MMW(미쉐린 제조방식, Michelin Manufacturing Way)’이라는 전사적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미쉐린뿐만 아니었다. 전 세계 자동차 기업과 자동차부품 공급업체들도 통제에 집중하고 프로세스 표준화에 나서고 있었다.
그러나 MMW가 시작되면서 공장 리더들은 현지 이니셔티브와 창의력이 밀려나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또한 공동 창립자 에두아르 미쉐린Édouard Michelin이 제시했던 “우리의 원칙은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에게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 사람이 그 업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라는 기업가치와 상충돼 보였다. 당시 인사 부서장이던 장미셸 기용Jean-Michel Guillon은 “우리가 우리의 영혼을 잃을 위험에 처해 있는 걸까?”라고 동료에게 말했다.
2010년까지 표준화 프로그램은 이익의 감소를 초래했다. 동시에 제품주기 단축, 새로운 경쟁사, 서비스 성장 등으로 미쉐린은 창의성과 유연성을 더 높여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해결책을 찾고자 인사 부서장 기용은 2012년 초 워크숍을 열었다. 비록 새로운 계획을 수립하지는 못했지만, 20명의 참가자들은 일선 팀들이 자신의 목표를 추구하고 현지 운영을 개선하도록 더 많은 자율권을 부여 받아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워크숍에서 강력히 목소리를 냈던 참가자 중 한 명은 상하이 공장 관리자인 베르트랑 발라랭Bertrand Ballarin이었다. 미쉐린은 근속연수가 길기로 유명했지만, 그는 예외였다. 프랑스 육군에서 장교로 30년간 근무한 후 2003년 미쉐린에 입사했다. 그럼에도 곧 실적이 저조한 여러 공장을 회생시켜 명성을 얻었다. 그는 각각의 공장에서 공유목표 의식을 키우고, 근로자들의 기술을 향상시키고, 생산팀에 더 많은 자유를 줬다. 많은 동료들이 그의 노력을 회의적인 시각으로 봤다. 이후 그는 “동료들은 시를 낭독하는 것만큼이나 쓸데없다고 생각했다”고 농담처럼 말했다.
몇 주 후 기용은 발라랭에게 노사관계 책임자로 인사 부서에 들어올 것을 요청했다. 회사 전반에서 변화를 이끌고 싶었던 발라랭은 즉시 수락했다. 그는 미쉐린이 다른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에 대한 지나치게 협소한 시각으로 직무를 조직해왔다”고 생각했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세밀한 관리감독을 받거나 임금으로 동기부여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만 노력을 기울인다고 가정했다. 그 결과 공장 직원들은 자신의 역량의 일부분만을 발휘하고 있었다. 해결책은 레스폰사빌리자시옹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2012년 여름까지 그는 레스폰사빌리자시옹을 위한 상향식bottom-up 이니셔티브를 계획했으며, ‘자율적 성과 및 개선 관리’라는 의미의 프랑스 단어 앞 글자를 따 MAPP이라고 이름 붙였다.
첫 번째 단계는 새로운 방법을 파일럿 운영해 보고자 감독자 및 운영팀 지원자들을 모집하는 것이었다.
역량강화 사례: 미국 철강기업 뉴코어Nucor
미국 제1의 철강회사인 뉴코어에서, 공장의 작업자들은 사업개발, 자본투자 계획, 제품 혁신, 프로세스 개선, 공장 간 조정 등을 책임진다. 전 직원이 철강산업의 경제학에 대한 교육을 받으며, 팀은 자본투자 효율을 향상시켰을 때 두둑한 보너스로 보상받는다. 뉴코어는 인건비 비중이 낮다. 매출이 220억 달러(약 26조 원)지만, 본사 직원은 약 100명에 불과하다. 비슷한 규모의 다른 회사들과 비교했을 때 매우 적은 수준이다. G&A(일반 행정경비) 비용은 매출의 3%로 다른 기업의 거의 절반 수준이다. 자본수익률은 업계 평균 대비 50% 더 높으며, 직원 1인당 매출은 업계 평균의 3배이다.
STEP 1
파일럿 프로그램 시작
발라랭은 여러 공장을 방문해 현지 관리자와 팀을 설득했다. 프랑스 남부 르퓌Le Puy 지역에 있는 트랙터 타이어 공장의 조립라인 근로자들이 가장 먼저 파일럿팀으로 동참했다. 그곳의 올리비에 뒤플랭Olivier Duplain 팀장은 “내가 처음 입사했을 때 업무 현장에서 많은 전문지식이 낭비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프로젝트는 매우 흥미로운 기회라고 생각했고, 팀에 이를 제안하자 모두가 동의했다”고 말했다. 2012년 10월이 되자 17개 공장에서 38개 팀, 총 1500명(회사 전체 직원 수의 약 1%)이 모집됐다.
다음 몇 달은 정신 없이 바빴다. 발라랭은 17개 공장 각각에서 킥오프kickoff 미팅을 열고, 공장 리더들에게 팀이 스스로 해결책을 찾도록 하는 게 프로젝트의 핵심임을 강조했다. “여러분들로부터 필요한 유일한 도움은 팀이 더 대담하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도록 격려하는 것뿐”이라고 그는 경고했다.
또한 각 팀에 레스폰사빌리자시옹이라는 미션을 설명했다. ‘어떻게’가 아니라 ‘무엇을’이 중심이었다. 팀 리더들에게 자신의 역할을 ‘결정’에서 ‘권한부여’로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프로그램이 잘 진행되게 하기 위해 리더는 팀에게 다음의 두 가지 질문을 할 수 있었다. “나의 도움 없이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까?” 그리고 “유지보수 부서, 품질관리 부서, 산업공학 부서 등 지원부서의 개입 없이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까?”
처음에는 직원들에게 핵심영역 한 개 또는 두 개에서 자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도록 했다. 팀이 11개 영역 중에서 선택하고, 메모 및 영상으로 진행상황을 기록하도록 했다.
처음에는 성과가 더디게 나타났지만, 2013년 3월이 되자 성과가 크게 확대되기 시작했다. 어느 누구도 그들을 저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팀에서 깨닫자 ‘티핑 포인트’에 도달했다고 발라랭은 설명한다. 르퓌 공장과 독일 홈부르크Homburg 공장의 두 팀은 비슷한 경험을 보였다.
르퓌 공장. 뒤플랭은 40명의 팀원들에게 레스폰사빌리자시옹을 설명하고자 질문을 하나 던졌다. “제가 오늘 하는 일 중 어떤 일이 여러분이 생각하기에 내일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대답을 듣고 매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팀원들은 그가 매일 오전에 공장에 들러 장비 점검 및 검토를 한 후 무슨 일을 하는지 전혀 몰랐다.(어떤 이들은 그가 나가서 커피 마시며 쉬는 것 아니냐고 추측하기도 했다.) 그 자신도 팀원들의 업무를 구체적으로 잘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렇게 해보기로 했다. 그가 팀과 함께 교대근무를 몇 차례 해보고, 이후 각 교대조에서 한 명씩 총 3명의 팀원이 일주일 동안 그와 함께 다니며 직원들의 책임을 강화할 수 있는 부분이 어디인지 살펴보기로 했다.
제일 먼저 착수한 업무는 교대근무 일정 수립이었다. 뒤플랭은 모든 교대조에 필요 역량을 가진직원들이 빠짐없이 포함되게 조합돼야 한다는 등 몇 가지 기본 제약조건만 말해 주고, 더 이상 개입하지 않았다. 팀이 제일 먼저 내린 결정은 장기근무 직원을 야간 근무에서 주간 근무로 재배치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직원들이 더 유연하게 근무조를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자율성의 경험을 한 번 하고 난 후, 이번에는 생산계획을 맡았다. 몇 주 만에 이들은 르퓌 공장 계획 엔지니어링팀이 깜짝 놀랄 만큼 업무에 깊이 그리고 효과적으로 몰입했다.
홈부르크 공장. 홈부르크 공장에서는 스틸 코드, 비드 와이어 등 부품 생산을 담당하는 팀이 파일럿팀으로 프로젝트에 동참했다. 이들은 워크플로(업무의 흐름) 문제를 고민하고 있었고, 먼저 내부 협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기로 결정했다. 예전부터 공장 엔지니어링팀에서 팀의 일일 생산목표를 설정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까다로운 새 조립기계가 도입돼 내부 고객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키기가 복잡하고 어려워졌다. 팀에서 생산하는 재료가 어떤 경우에는 너무 많았고, 또 다른 경우에는 너무 적었다. 엔지니어링팀에서 지난 수개월 동안 이를 해결하고자 애썼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팀은 몇 주 동안 문제점을 연구했고, 다운스트림 조립팀과 직접적인 의사소통 채널을 만들었다. 각 교대 근무의 처음과 마지막에 양 팀 대표자들이 만나 15분간 장비 문제를 논의하고 생산일정을 조정하도록 했다. 이렇게 간단한 방법만으로 다운타임이 하루 2시간에서 0으로 줄었다.
발라랭은 홈부르크 공장의 경험을 통해 중앙계획의 한계에 대한 큰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엔지니어링팀이 모든 문제를 예상할 수 없어요. 당사자들이 직접 문제를 예상할 수 있도록 자체 감독하게 하고 역량을 쌓게 해주면 훨씬 더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르퓌 공장에서와 마찬가지로 홈부르크 공장에서도 팀원들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다른 영역을 찾아 나섰다. 나중에는 출석관리도 맡았으며, 직원들 간 실시간 의사결정을 쉽게 하기 위해 왓츠앱 그룹도 만들었다.
역량강화 사례: 네덜란드 가정 건강관리 기업 뷔르트조르흐Buurtzorg
간호사 12명으로 구성된 900개 이상의 자가관리팀으로 조직돼 있다. 각 팀은 인구 약 1만 명이 있는 지역을 할당받으며, 고객 유치, 사무실 임차, 채용, 예산, 일정관리, 서비스 품질 및 효율성의 지속 개선을 책임진다. 각 팀에는 간호사들이 파트타임으로 겸직하는 역할인 ‘내부 관리 및 재무 담당자’ ‘성과 검토자’ ‘계획자’ ‘개발자’ ‘멘토’ 등이 있으며, 간호사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환자를 돌보는 데 할애한다. 이 회사는 전 직원에게 그룹 의사결정, 적극적으로 듣기, 갈등 해결, 동료 간 코칭(peer-to-peer coaching)에 대해 교육한다. 관리직원에는 본사 및 지역별 코치 36명, 백오피스 직원 50명(주로 IT 직원), 창립자 요스 드 블록(Jos de Blok)을 포함한 임원 2명만이 포함된다. 간접비는 동종기업 평균 대비 68% 낮다. 반면 직원 이직률은 동종기업 대비 절반이며, 환자만족도는 30% 높다.
STEP 2
공감을 통한 의견 수렴
2013년 상반기 동안 파일럿팀은 독립적으로 일했다. 그러나 여름이 되자 발라랭은 미쉐린 제조부문 엔터프라이징 매니저인 올리비에 마셜Olivier Marsal의 지원을 받아 팀들을 연결해주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월례 콘퍼런스 콜 회의를 열었고, 팀들이 결과를 서로 공유하고 공통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인 맵피디아MAPPEDIA를 마련했다. 또한 발라랭은 3일간의 워크숍을 열어, 팀들이 자신의 경험에 대한 영상을 공유하고 자율적인 팀이 보여주는 특징이 무엇인지 정의하도록 했다. 아이디어를 얻고자 각 팀은 자신들의 레스폰사빌리자시옹 경험에 대한 다음의 네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카드로 작성했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바뀌었는가?
•기존 방법과 비교해 어떻게 다른가?
•이러한 변화가 왜 중요한가?
•변화를 위해 필요했던 것은 무엇이었는가?(예를 들면, 새로운 기술이나 정보 등)
워크숍에서 나온 통찰력 있는 의견은 (1)공유 미션과 목표 수립, (2)업무 조직, (3)역량 개발, (4)혁신 촉진, (5)다른 이들과의 협력, (6)성과 관리 등 6개 그룹으로 분류됐으며, 이는 레스폰사빌리자시옹 프로그램에 새로 합류하는 팀들을 위한 프레임워크 기반이 됐다. 중요한 점은 이런 내용이 단지 인사 직원이나 컨설턴트가 만든 교과서적인 이론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참여한 경험에 기반한 구체적 사항이었다는 점이다.
연말까지 생산성과 참여도에 매우 큰 영향이 나타났다. 예를 들어, 홈부르크 공장에서 인기 타이어 제품의 불량률이 생산단위당 7%에서 1.5%로 감소했고, 반면 생산성은 10% 개선됐으며 결근율은 5%에서 거의 0으로 낮아졌다. 다른 공장에서도 비슷한 성과가 나타났다.
역량강화 사례: 스웨덴 은행 스벤스카 한델스방켄Svenska Handelsbanken
750개 이상의 지점 각각은 독립적 사업으로 취급된다. 일반적으로 직원 8~10명으로 구성된 지점 팀이 여신 결정, 대출 이자율, 예금, 고객 커뮤니케이션, 직원 구성을 책임진다. 자본수익률이 업계 평균을 초과하는 해마다, 초과분의 3분의 1이 자사 주식에 투자하는 직원 이익공유 프로그램으로 들어간다. 전 직원은 직급에 관계없이 동일한 지분을 부여받는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은 간접적으로 은행의 대주주가 된다. 수익 대비 비용이 평균보다 크게 낮은 덕분에 지난 48년간 매년 자기자본이익률(ROE)에서 유럽 내 경쟁 은행들보다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
STEP 3
프로그램의 규모 확대
파일럿팀이 고무적인 결과를 달성하자 발라랭과 마셜은 더 높은 목표를 세우고 레스폰사빌리자시옹 프로그램을 2013년 12월 고위 리더십회의 안건에 포함시켰다. 팀들의 영상을 편집하여 보여준 후 발라랭은 개선 성과를 발표하고 참여 점수가 높아졌음을 설명했다. 그리고 중요한 제안을 던졌다. 레스폰사빌리자시옹 프로그램을 공장 전체 차원으로 테스트해 보고 싶다는 제안이었다. 이는 공장 리더들과 지원 부서의 역할을 재정의해야 하는 문제였다. 해당 공장에 대한 본사 지원부서의 결정권한도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하는 쉽지 않은 문제였다.
경영진은 너무나 좋아했고 파일럿 프로그램에 대해 더 알고 싶어했다. 2019년 세나르 CEO의 후임인 플로랑 메네고Florent Menegaux CEO는 “우리가 항상 열망해 왔던 회사가 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발라랭은 회의 참석 전 레스폰사빌리자시옹 프로그램을 두 개 공장에서 테스트해 보고자 승인받길 기대했으나, 회의가 끝나자 6개 공장으로 확대해도 좋다는 승인을 받았다. 기용, 그리고 미쉐린 R&D 책임자인 테리 게티스Terry Gettys가 실험의 다음 단계를 위한 자문역할을 자원했다.
다시 한 번 발라랭은 자원자를 찾아 나섰다. 18개 공장 리더들이 손을 들었고, 지리적 및 사업적 다양성 극대화를 고려해 그중 아일랜드, 캐나다, 미국, 독일, 폴란드, 프랑스에 위치한 6개 공장이 선정됐다.
2014년 봄 공장 관리자와 부서 책임자를 포함한 각 공장 대표단이 본사를 방문해 3일간의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다. 파일럿팀 업무에 대한 설명을 듣고, 맵피디아에 정리된 내용을 검토했다. 각 공장의 상황에 맞는다면 어떠한 솔루션을 결정해도 상관없다는 설명과,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어떠한 톱다운top-down 가이드라인이나 월별 검토도 없을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또한 새로운 팀으로부터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이 팀은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얻은 교훈을 체계화한 전 공장 리더와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2014년 여름과 가을 동안 선정된 테스트 공장에서는 계획을 수립했다. 르퓌 공장은 이들을 초청해 역량강화 모델을 통해 공장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한 전일 브레인스토밍 세션을 개최했다. 여기에서 900건이 넘는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왔고, 이를 팀간 협력, 멀티태스킹, 직원들에 의한 의사결정, 품질 및 안전 선도 등 13개 우선순위로 그룹화했다. 각각의 우선순위 그룹에 대해 일선 작업자-관리자-지원부서 직원으로 구성된 소규모 팀을 지정해서 가장 훌륭한 아이디어를 실제 실험으로 실행해 보도록 했다.
폴란드 올슈틴Olsztyn에 위치한 공장은 200명의 팀원들과 함께 개막행사를 열었다. 이들은 이틀 동안 일일 생산계획 작성을 위임하고, 신규직원 채용에 직원들이 참여하고, 보상기준을 변경하는 것과 같은 일련의 레스폰사빌리자시옹 목표를 수립했다. 르퓌 공장에서와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실험하기 위해 각각에 대해 다기능팀cross-functional team을 구성했다. 주목할 만한 사항은 이 팀이 ‘신뢰trust’를 실험의 핵심 키워드로 삼았다는 점이다. 공장 관리자 야로스와프 미셸락Jaroslaw Michalak은 “우리는 지금까지 ‘작업자들을 그냥 신뢰할 수는 없으며, 신뢰는 노력하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것이다’라는 암묵적 가정하에서 공장을 운영해 왔다. 이제는 시작부터 모든 사람들을 전적으로 신뢰하기로 했다. 그런 신뢰를 잃는 것은 각 개인의 행동에 달려 있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사소한 시각의 차이 같지만, 거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STEP 4
업무 경계와 역할의 재정의
테스트가 이뤄지는 공장들의 일선 직원들은 안전, 품질, 일정관리 등에서 더 큰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으며, 높은 수준의 생산계획 회의에도 참석했다. 처음으로 이들은 공장 설계, 자본 프로그램, 인력 구성, 연간 목표 등에 대한 의사결정에 목소리를 내고 참여하기 시작했다.
공장 직원들은 자신의 책임이 커짐에 따라 더 많은 정보를 요구했다. “작업자가 적절한 정보 없이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 올바른 사업 판단을 내리기를 기대할 수는 없어요. 예전에는 일선 직원들은 자신들이 생산하는 타이어가 어디로 가는지, 타이어를 출시하는 데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전혀 알지 못했는데요, 이제는 직원들도 우리 경영진만큼 많은 정보를 얻습니다”라고 미셸락은 설명한다.
또한 공장은 직원의 역량개발에도 투자했다. 홈부르크 공장에서, 유지보수, 품질, 엔지니어링 부서는 작업자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유지보수 부서는 장비와 스페어 부품을 구비해 작업자가 수리 기계를 연습해볼 수 있는 장소를 만들었다. 올슈틴 공장,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그린빌Greenville 공장은 작업자들을 위한 비즈니스역량 강화 과정을 시작했다.
생산팀의 자율권이 커지면서 테스트 공장 관리자들은 자신의 역할을 재정의했다. 각 공장은 ‘정서적 지능emotional intelligence’ ‘뒤에서 리드하기leading from behind’ 등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그린빌 공장과 르퓌 공장에서 관리자들은 몇 주마다 정기적으로 만나 학습 내용을 공유했다. 어떤 시도를 했는가? 어떤 것이 효과적이었고 어떤 것이 그렇지 못했는가? 동료들 간 학습을 통해 이들은 상사에서 멘토로 바뀌어 나갔다.
공장 임원들은 자신의 책임을 일부 덜어내기도 했다. 올슈틴 공장에서는 선적을 위한 제품 출하 결정권이 부서 관리자에서 팀 리더로 옮겨졌다. 르퓌 공장 관리자인 로랑 카르팡티에Laurent Carpentier는 예산 책정, 생산 계획, 장비 선정, 고객관계 관리 업무를 덜어냈다. “안전과 중요 인사 문제에 대해서는 직접적 책임을 지지만, 나머지 문제에 대해 솔루션을 제안하고 추진하는 것은 팀의 몫”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모든 사람들이 수준이 올라갔다”고 팀 리더인 뒤플랭은 설명한다.
일선 직원들의 권한 강화는 관리자들을 일상적인 일에서 해방시켜, 팀 역량 구축과 자원 계획 등 보다 중요한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줬다. 일종의 윈윈 상황인 셈이다. 팀 리더는 자신의 역할이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대해 “최선이 아닐 가능성이 높은 방법으로 내가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에서, 전문가들이 바로 그 현장에서 바로 그 시점에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STEP5
본사와의 관계 재협상
전통적으로 미쉐린 공장은 품질 기준을 설정하고, 공정 프로세스를 정의하고, 생산량을 할당하는 데 있어서 중앙 본사의 힘에 의존해 왔다. 발라랭은 이런 업무를 공장마다 스스로 관리할 수 없다면 레스폰사빌리자시옹은 실패할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깨달았다. 중앙 기능과 권한 문제를 두고 다투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여러 공장에서 진전을 이루었다. 가장 큰 진전을 이룬 것은 폴란드 올슈틴 공장이었다. 핵심은 목표 테스트에 대한 승인을 얻은 후 실제 결과를 보여주어 더 큰 자율권을 얻어내는 것임을 현지 관리자들은 깨달았다.
올슈틴 공장의 첫 번째 테스트는 월간 생산목표였다. 올슈틴 공장은 본사 계획 부서의 대표자들을 초청해 종일 워크숍을 진행했다. 여기에서 현지 팀원들은 자신들이 고객과 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수요 변화를 가장 먼저 알기 때문에, 자신들이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더 효과적임을 설명했다.
본사 직원들은 한 달 동안 테스트를 해보는 데 동의했다. 결과는 분명한 성공이었다. 결국 본사는 목표설정 권한을 공장에 위임했다. 비슷한 테스트를 통해 올슈틴 공장은 타이어 금형 등 주요 자본구매에 대한 의사결정, 품질 감사 등의 권한도 얻어냈다.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중앙으로부터의 통제권이 증가하지 않고 축소됐다.
돌이킬 수 없는 변화의 흐름
2016년 말 발라랭은 제조책임자와 MAPP 팀원들과 함께 각 테스트 공장을 방문해 레스폰사빌리자시옹 프로그램의 진행 상황을 평가했다. 결과가 공장마다 똑같지는 않았지만, 홈부르크 공장에서는 생산성이 10% 향상됐고 관리자나 전문가 추가 채용 없이도 업무량이 3분의 1 정도 증가했다. 르퓌 공장과 올슈틴 공장도 비슷한 개선 성과를 보였다. 곧 다른 공장들도 이 혁신적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어했다.
MAPP의 파급효과는 이제 제조부문을 넘어 확산됐다. 2018년 임원들의 입김 없이 70개 다부문팀에 의해 대대적 조직 개편이 이뤄졌으며, 이를 통해 의사결정은 더욱 분산화됐다. 메네고는 역량강화가 회사의 새로운 상징임을 선언해, 레스폰사빌리자시옹 프로그램이 앞으로도 계속 중요하게 진행될 것임을 알렸다. “글로벌 대기업인 우리는 회사 전체 모든 사람들의 역량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톱다운 이니셔티브와 달리, 레스폰사빌리자시옹 프로그램은 초기 목표를 광범위하게 수립하고 수단을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정했다. 특정 프로토콜의 도입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와 열성을 이끄는 것이 목표였다. 발라랭과 그의 팀은 실질적 변화는 명령mandates과 지표metrics가 아니라 설득persuasion과 끈기persistence에 의해 이뤄진다는 사실을 이해했다. 일선 업무를 바꾸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자신들이 계획하기에는 현장 경험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은 레스폰사빌리자시옹의 여러 측면을 확인하고 연결하는 데 파일럿팀에 의존했다.
혁신적 역량강화 사례
개인의 성장과 기여의 기회 부족은 일을 지루하게 만든다. 미쉐린의 사례는 회사가 직원의 잠재력에 대해 믿음을 가지고, 그들의 역량에 투자하고 기여에 대한 보상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을 때 어떤 성과가 달성되는지 보여준다. 더 올라갈 곳 없어 보였던 일자리를 가장 앞서나가는 일자리로 바꾸는 마법에는 어떤 새로운 법률이나 수십억 달러의 정부 지출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단지, 모든 사람들 내면에 존재하는 일상의 천재성을 일깨우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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