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4차산업눈뜨기

<인터뷰> 빌 게이츠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열정

by 남이철이 2021. 2. 20.
반응형

“이건 지금까지 인류가 해낸 가장 놀라운 일이 돼야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창업자이자 자선사업가인 빌 게이츠와의 대화

 

빌 게이츠는 1000억 달러가 훨씬 넘는 순자산을 가졌다. 그리고 이 돈과 에너지를 당대 가장 골치 아픈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쏟아 붓고 있다. 바로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코로나19를 치료하는 일이다. 또한 기후변화에도 주목해서 얼마 전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김영사, 2021)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 게이츠는 2050년까지 전 세계가 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해야 한다고 설득력 있게 주장하고 있다. 이 목표를 이루기가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녹색 혁신을 촉발할 수 있는 길을 찾는다면 가능할 것이라는 사실을 독자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최근 게이츠가 시애틀 사무실에서 HBR의 편집장 아디 이그네이셔스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 내용을 편집해 싣는다.


HBR: 기후변화의 시급성에 대한 책은 이미 많습니다. 왜 지금 이 주제를 다루셨나요?

게이츠: 밀레니얼 세대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우리가 계속 기후변화에 주목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최근 미국 (대통령/상하원) 선거에서 많은 후보가 이 문제를 최우선과제로 다뤘죠. 그래서 공약은 나왔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탄소배출 제로를 이루기 위한 계획이 있나요? 저는 이 목표 달성에 필요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리는 데 제 생각을 보태고 싶습니다.

* 서울시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도시를 만들겠다고 선포했다. 국내 도시 처음으로 '2050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도시기후리더에 제출하고 30년까지 온실가스 40%로 줄이고 50년 탄소 중립 실현을 구상하려고 한다. 신재생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 되어 건물 온실가스 총량제 도입, 전기/수소차 전환, 생활폐기물 직매립 제로화, 태양광 5GW보급, 3000만 그루 나무심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리고 시민이 에너지 전환을 주도하는 에코마일리지, 에너지자립마을 확대 등 민관이 힘 합쳐 기후대응을 하려고 한다.


이 책은 기후변화의 심각한 위협과 저자의 낙관주의적 성향이 서로 대치하는 구도를 보입니다. 독자들이 책에서 얻었으면 하는 핵심 아이디어는 뭔가요? 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하기가 생각보다 더 힘들다는 사실입니다. 세계는 해마다 510억 t의 탄소를 배출합니다. 이를 줄인다고 생각할 때, 사람들은 쉬운 일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전력 생산을 위해 재생 에너지원을 사용하거나 승용차를 전기자동차로 바꾸는 일처럼 말이죠. 하지만 저탄소배출 콘크리트나 시멘트 같은 거대한 영역에서 진전을 이뤄야 합니다. 정부 정책, 기업 행동, 개인의 소비 습관 모두 이런 솔루션에 기여하고 있는지도 확인해야 하고요.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에 도달하기 위해 현재 어느 정도 수준에 와 있나요? 팬데믹과 경제위기로 인한 일시적 감소효과를 제외하면, 지금 수준으로는 목표에 도달하기 힘듭니다. 배출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2050년까지 제로로 만들려면 매해 모든 분야에서 극적인 감소가 이뤄져야 합니다.

탄소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인다 해도 기후재앙을 지연시킬 뿐 막을 수는 없다고 쓰셨습니다. 이 정도로 엄청난 규모의 변화가 전에도 있었습니까? 이런 수준의 변화는 이전에 없었습니다. 이건 지금까지 인류가 해낸 가장 놀라운 일이 돼야 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개발은 빠르게 진행됐지만 훨씬 쉬운 일이었습니다. 게이츠 재단과 다른 기관들이 지난 10년 동안 mRNA 기술에 투자한 게 백신 개발의 바탕이 됐으니까요. 하지만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전기 사용량을 15% 줄이는 것 같은 데에만 돈을 쓰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정한 변화를 가져올 혁신에 투자해야 해요.

우리가 탄소배출량 제로를 달성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글쎄요. 온도가 계속 올라가겠죠. 산호초나 북극 같은 자연생태계가 사라질 겁니다. 만약 당신이 캐나다에 농장을 소유하고 있다면 온도가 높아져서 더 많은 수확을 거둘 겁니다. 하지만 텍사스나 멕시코에 농장을 갖고 있다면 상황이 좋지 않을 겁니다. 옥수수 같은 작물은 그곳에서 더 이상 자라지 않을 거예요. 아프리카 일부 지역 등 적도 부근의 생계형 농부들에게는 재앙이 될 겁니다. 생존에 필요한 음식도 얻지 못할 테니까요.

21세기 중반까지 기후변화가 코로나19보다 5배 더 많은 사망자를 내고 경제에도 훨씬 큰 타격을 줄 거라고 쓰셨는데요. 코로나는 실시간 재난이었습니다. 엄청난 사망자가 발생하고 충격이 코앞에 닥쳐왔지만 대응에 실패했죠. 그렇다면 기후변화라는 더 추상적이고 점진적인 영향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팬데믹의 경우, 미국이 저와 다른 사람들이 위험을 경고하면서 제안했던 조치들을 취했더라면 호주나 일본처럼 사망자가 훨씬 적었을 겁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는 이보다 더 힘듭니다. 어마어마한 혁신이 필요하고, 말씀하셨듯이 훨씬 먼 미래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죠. 팬데믹은 언제 닥쳐올지 불확실했습니다. 제 평생 겪지 않을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기후변화는 부정적 영향이 발생한다는 걸 확신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의문스러운 부분은 있어요. 이를테면, 기온이 4도가 올라갈까? 아니면 5도? 하지만 우리가 탄소배출량을 극적으로 줄이지 않는다면 재앙은 분명히 닥칩니다.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최근 투자자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요. 투자자들에게 질문을 제출해 달라고 한 다음, 스크린에 띄워서 그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질문 하나를 선택하게 했습니다. 가장 많은 사람이 고른 질문이 “기후변화는 실재하는가?”였습니다. 이들은 성공하고, 제대로 교육받고, 다른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모든 지식에 똑같이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기후변화를 믿지 않는 거죠.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다행히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줄고 있습니다. 더 이상 사리사욕 때문에 불확실성을 부각하려는 기업은 없죠. 하지만 두 가지 문제가 남았습니다. 첫째, 여전히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들과 함께 가야 한다는 겁니다. 기후변화를 막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 이런 분들을 설득하기가 쉬워지겠죠. 둘째, 기후변화를 믿는 사람들에게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실제로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려줘야 한다는 겁니다. 석유 회사나 유틸리티 회사의 고집불통 임원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기후변화 방지 운동에 동참하지 않는 회사의 주식을 조금씩 처분한다든가, 이것저것 소비를 조금씩 줄인다든가 하는 방식으로는 의미 있는 진전을 만들 수 없습니다.

이 책의 주요 독자층은 누구입니까? 기후변화가 사실임은 믿지만 진정한 변화를 만드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인가요? 네, 변화를 만들기 쉬울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겁니다. 혹은 문제의 배후에 있는 악당이 누군지만 밝혀내면 된다고 믿는 사람들이요.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건 엄청난 양의 과학입니다. R&D 예산을 늘리고, 대학과 연구실의 인재들을 활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걸 위해 자금 조달이 다시 활발해져야 합니다. 벤처캐피털 업계는 여태까지 녹색 투자에서 실적이 좋지 못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제품들의 초장기적 특징에 맞게 구성된 고위험 자본을 활용해야 합니다.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사람은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말씀하신 노력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 합의를 필요로 할 겁니다. 아시다시피 사회에는 고려해야 할 반과학, 반전문가주의로 인한 큰 부담이 있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기후변화가 어느 정도 원인이 돼 발생하는 산불이나 허리케인을 보면서 생각을 바꿀 거라고 봅니다. 젊은 사람들은 이미 기후변화를 늦추는데 필요한 장기 투자에 대해 좀 더 열린 마음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그들이 살게 될 세계가 어떤 세상일지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도 있습니다. 이런 노력들로 인해 정부의 다른 중요 정책에 들어갈 돈이 부족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이야기는 피해야 합니다.



기존 제품을 대체하는 탄소제로(zero-carbon) 제품에 우리가 지불해야 할 추가금을 파악하기 위해 ‘녹색 프리미엄’이란 용어를 만드셨습니다. 녹색 프리미엄이 낮다면 대체물을 채택해야겠죠. 높다면 R&D와 투자를 집중해야 할거고요. 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때 핵심 변수는, 이런 프리미엄을 얼마나 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느냐는 겁니다. 이를 낮추는 혁신을 좇다 보면 우리가 탄소제로를 달성할 수 있을지 감을 얻게 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런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R&D 예산을 더 늘려야 하겠죠. 그리고 일단 이런 제품들의 시장이 일정 규모로 확대되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정치적 요소는 어떤가요? 미국에서는 환경보호 명령을 내리는 대통령이 있는가 하면, 이런 보호조치를 모두 되돌린 대통령도 있었습니다. 목적에 통일성이 없는데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요? 정치를 보면 볼수록, 이런 녹색 프리미엄을 계속해서 지불하는 주먹구구식 정책은 유지되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혁신이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죠. 그래요, 좋은 정책도 필요합니다. 더 많은 R&D 예산도 필요합니다. 에너지 수요를 줄일 수 있는 탄소세금이나 다른 조치들도 필요합니다. 태양광 패널에 투자하면 큰 세금 혜택이 있었죠. 민주당과 공화당 행정부 모두 지지했던 정책입니다. 이런 인센티브가 보조금을 주지 않아도 될 정도로 필요한 노력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이 돈은 이제 배터리 기술, 항공 연료, 철, 시멘트 같은 다음 영역에 투자될 수 있습니다. 정책이 중요한 역할을 하겠지만, 2020년 선거 전에 후보자들이 제안했던 수조 달러 투자금은 나오지 않을 공산이 큽니다. 그 정도 자금을 쓰는 건 너무 큰 희생이에요. 수조 달러가 아니라 수백억 달러로 달성 가능한 계획, 혁신을 촉진하는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그래서 결국 혁신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씀이신가요? 혁신 없이는 기후재앙을 피할 수 없습니다. 과학은 고정돼 있는 것이고 그저 정치적으로 올바른 절충안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렇게 해서는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겁니다. 이를테면, 다른 국가들은 행동하지 않으면서 인도에서만 탄소배출을 멈추게 할 순 없습니다. 혁신 없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혁신을 위한 수백억 달러 지출은 어느 당이 집권하더라도 작업을 추진하는 데 초당적 합의를 얻을 수 있을 만큼 적절한 예산 비중입니다.

혁신 공급을 어떻게 늘립니까? 몇 가지 모델이 있습니다. 의료 분야에서 미국은 국립보건원에 매해 400억 달러를 지출합니다. 이를 통해 암 치료와 기타 분야에서 엄청난 발전을 이뤄왔죠. 많은 미국 기업이 이 연구에서 얻은 결과로 제품을 만듭니다. 저는 이제 의회가 더 많은 기후 관련 연구를 초당적으로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다음 단계는 위험자본을 끌어오는 겁니다. 저는 투자자 주도 펀드인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Breakthrough Energy Ventures의 설립에 참여했는데요. 이 벤처 펀드는 대학과 국립연구소에서 개발 준비가 완료된 프로젝트를 찾고 있습니다. 일반 벤처 업무보다는 더 장기적이고 인내심이 필요한 성격이죠. 연구에서부터 시장 출시까지 가는 속도를 높여줄 겁니다.

원자력 에너지가 비탄소(non-carbon) 미래를 만드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수년간 말씀해 오셨는데요 이번 책에서는 이 주장이 다소 미지근하게 표현됐습니다. 원자력발전을 진지하게 추진하려는 의지, 특히 미국의 의지를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인가요?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청정 에너지원은 꾸준하지 못하다는 게 문제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한 가지 방법은, 지금 기술보다 20배 정도 더 나은 배터리를 개발해 전기 저장 능력을 기적적으로 높이는 겁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기술이 개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안으로 핵융합1 에 의존할 수 있지만, 안전 측면에서 사회적으로 수용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미 지어진 원자로는 가격이 너무 비싸고 비경제적입니다. 하지만 에너지는 어디서든 나와야 합니다. 그래요, 저는 이 책이 테라파워(TerraPower, 빌 게이츠가 공동설립하고 회장으로 있는 원자로 설계 기업)의 홍보물로 비치지 않기 바랍니다. 물론 이 사업에서 버는 모든 돈은 게이츠 재단(자선재단)에 돌아갈 겁니다. 제가 돈이 부족한 사람은 아니잖아요. 이번 책에서 저는 청정에너지로 가는 다양한 과정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지키고 싶었습니다.

기후변화에 돌이킬 수 없는 시점이 있을까요? 갑자기 온 세상이 한 순간에 화염에 휩싸여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고, 얼마나 많은 생태계가 사라지느냐의 문제일 뿐이죠. 언젠가 아마존은 말라붙어 사바나 지대가 되겠죠. 결국 북극의 빙하나 북극곰이나 산호초는 사라질 겁니다. 농작물도 기를 수 없게 되고요. 기후변화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어떤 마법과 같은 한계지점이 있을 거라고 이야기합니다만, 정말 그럴지는 알 수 없죠. 우리가 아는 건 기후변화를 무시하면 이런 환경의 변화와 인류의 비극이 결국 언젠가 일어날 거란 점입니다. 한 가지 슬픈 사실은 이 시스템에 시간차가 있다는 겁니다. 탄소배출량이 제로가 된다고 해도 온도는 약 20년 동안 내려가지 않을 거예요. 제가 죽은 다음에나 온도가 내려갈 확률이 높죠.

전 세계가 이 캠페인에 참여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부유한 나라 정부들이 함께 한다 하더라도, 저소득 국가들도 매력을 느끼고 동참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이 점이 어려워요. 개발도상국의 사람들은 더 많은 주거지와 전기와 교통수단을 가져야 합니다. 인도 같은 곳은 시민들이 제대로 된 생활을 누리기 위해 아직도 더 많은 배출집약적 서비스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탄소배출 제로에 도달할 수 있도록 투자하고 관련 기술을 만들어내는 일은 부유한 나라들에 달려 있습니다. 특히 엄청난 혁신 역량을 갖춘 미국에 달려 있죠.

상황을 크게 바꾸기 위해 개별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기업들은 엄청난 구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전용 비행기를 운영한다면 청정 항공연료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죠. 리스크가 큰 혁신 기업에 자본을 투자할 수도 있고요. 그리고 진보를 방해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형 기관투자가들은 어떤가요? 이들이 탄소 투자에서 돈을 뺀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전혀요. 화석연료에서 자본을 회수하는 게 칵테일 파티에서는 좋은 이야깃거리가 될 순 있겠죠. 하지만 일부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했다고 해서 사람들이 시멘트 사용을 중단할까요? 논리적 타당성이 있나요? 아무 상관도 없습니다. 대기업들이 그런 분야에서 투자 회수를 하는 대신 녹색 프리미엄과 관련된 고위험 혁신에 자금을 투자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의미 있는 진보를 가져오는 데 일조하는 것이 되겠죠.

정부에 기대하는 건 무엇입니까?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녹색 아이디어를 장려해야 합니다. 그래서 정치인들이 이런 부분에서 일을 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껴야 합니다. 정부가 이를테면 탄소를 덜 쓰는 철강에 대한 인증시스템을 도입한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제품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지 않는다면, 30년 안에 탄소 배출량 제로에 도달하지 못할 겁니다.

변화를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비건 햄버거나 전기자동차 같은 친환경 제품을 살 수 있겠죠. 물건 사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할 수 있고, 소비 방식을 바꿔서 친환경 제품이 규모의 경제에 도달하거나 비용을 낮추도록 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정책을 만들고, R&D에 투자할 의지가 있는 정치인들을 선거에서 뽑을 수도 있고요. 미국을 위해 제가 가진 한 가지 소망이 있다면, 당을 불문하고 혁신에 필요한 수백억 달러의 예산을 지출하는 것을 최우선순위로 삼는 겁니다. 이를 위해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줘야 합니다.

지금까지 기후변화에 대한 빌게이츠의 의견이었다. 그럼 실제로 전세계가 힘합쳐서 노력하고 있는 기후변화 대응 기술은 어떤 것일까?

기후변화대응 기술

1. 태양광발전

전 세계의 태양광산업 발전은 독일, 중국, 일본, 이탈리아,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태양광은 다른 에너지원보다 급격한 성장을 이루었으며, 이에 힘입어 태양광 패널 모듈의 가격은 2015년에는 2009년 대비 80% 가까이 하락하였다. 이는 기술혁신과 민간의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2016년 기준으로 유럽의 태양광발전 설치용량은 100GW를 넘어섰으나 유럽 전력 생산의 4% 정도의 수준으로 아직까지는 낮은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2. 태양열발전

유럽연합의 에너지원 구성에서 태양열발전의 비중은 매우 적은 편이다. 전 세계 설치용량 기준으로 5GW 정도가 설치되어 있으며, 그중 절반 정도(2.3GW)가 유럽, 특히 스페인에 주로 설치되어 있다. 어느 정도로 에너지 가변성 문제가 풀리면서 그 잠재성은 커지고 있어 SET-plan에서도 그 비중을 확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태양광발전에 비해 여전히 단가가 비싼 편으로 에너지 저장장치의 기술 발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3. 풍력발전

유럽에서 가장 비중이 큰 에너지원으로, 유럽연합의 전체 신규발전용량의 50% 이상으로 가장 높은 설비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141GW 정도가 육상풍력발전이며, 12.6GW 정도가 연안풍력발전이다. 그중에서 기후적 조건이 좋은 영국(41%)이 가장 큰 연안풍력발전 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그 뒤로 독일(32%), 덴마크(10%)가 따르고 있다. EU 국가 중에서도 프랑스, 네덜란드, 덴마크 등의 선진국들이 풍력발전의 보급률이 높은 반면 헝가리, 체코, 라트비아 등은 낮은 수준에 그치고 있다.



4. 해양에너지

전 세계의 50% 이상의 해양에너지가 유럽연합에서 생산되고 있을 정도로 유럽연합은 해양에너지 발전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20MW 정도의 발전소가 시범사업을 진행하였으나, 현재까지의 발전용량은 미미한 편이다. 이에 2050년까지 장기적 플랜으로 해양에너지 발전을 100GW까지 끌어 올리기 위해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5. 지열에너지

유럽연합은 16GW가 지열히트펌프, 3.8GW가 직접 사용, 1GW가 지열발전을 통해 생산되고 있다. 지열에너지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것으로 미래 잠재성을 지니고 있다. 더 많은 연구를 통해 기술 발전이 필요한 영역이며, 유럽연합은 2050년까지 2600TWh 정도의 전력 생산량을 충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6. 에너지 저장장치

에너지 저장장치는 정전 등 비상시에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기자동차의 발전 및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해결하기 위한 핵심기술이기도 하다. 유럽 SET-Plan은 그 성장의 중심에 있는 저장장치 시범사업에 투자하였다. 가령 리튬이온배터리 시장은 전기자동차 활성화로 2015년에는 160억 달러로 크게 성장하였다. 이 성장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며, 2025년에는 35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7. 바이오 및 재생 연료

교통 부문이 유럽의 최종에너지소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 정도이다. 가령 바이오매스에서 바이오연료를 추출하는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수소자동차에 대한 연구는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8. 원자력발전

원자력발전은 유럽의 에너지 생산량 15% 정도에 해당하며, 전략 생산량의 28%를 담당하고 있는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기존 화력발전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도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보다 안전한 원자력발전을 위해서도 그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 시스템 변화

1. 적극적인 에너지소비자

에너지의 발전과 생산도 지속되어야 하지만 물리적인 한계가 있으므로 이와 함께 현명한 에너지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에너지소비를 줄이는 노력도 함께 필요하다. 이에 유럽연합의 목표 중 하나는 에너지 시스템 속에서 에너지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슈머(Prosumer)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다[6]. 에너지사용량을 인지할 수 있는 스마트그리드 보급 등의 Horizon 2020을 통해 시험사업을 운영 진행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가정에 공급되는 80% 전력이 최신 IT 기술로 관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 스마트도시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도시와 그 주변 시설들은 에너지사용량이 다른 지역에 비해 80%에 육박한다. 에너지소비자와 더불어 최신 IT 기술을 활용하여 에너지효율이 높은 제품, 가령 LED 등을 활용하여 도시 전반에 친환경적인 시스템을 도입해 에너지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Horizon 2020을 통해 도시계획 시범사업을 운영 중이다.



3. 보다 효율적인 에너지 시스템

여러 에너지원을 통합하여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정적인 전력 시스템 구축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이다. 점차적으로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보다 안정적인 전력 시스템을 관리하기 위해 간헐적인 재생에너지를 현재 시스템에 연결할 것인가는 큰 연구과제이다. 이에 유럽연합은 에너지 저장장치, 섹터 커플링(Power-to-Heat, Power-to-Electric vehicles)을 활용하고자 한다.



4. 건축물의 에너지효율 향상

유럽의 에너지소비의 약 40%에 해당하는 부분이 건축물이기 때문에 에너지효율 시장에서 건축물은 빠질 수 없는 부문이다. 유럽의 Energy Performance of Buildings and the Energy Efficiency Directives 덕분으로 에너지효율이 많이 개선되었지만, 유럽의 건축물들은 오래된 건축물을 새로 짓기보다는 그대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이러한 건축물들의 근본적인 에너지효율 개선은 다소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5. 기업의 에너지효율 향상

유럽 기업은 2013년도에는 2003년 대비 에너지효율 면에서 17% 정도 향상되었으며, 또한 온실가스도 25% 정도 감소시켰다.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경우, 에너지효율 향상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궁극적인 목표일 뿐만 아니라 비용 절감을 통한 기업 생존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시스템적인 접근법도 더해 앞으로도 기업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당면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두 가지 기술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다양한 발전 단계의 기술들이 서로 시너지효과를 낼 때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유럽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져왔기 때문에 기후변화 및 환경 에너지 정책에 대한 논의의 폭이 상당히 넓은 편이다. 관련 기술 논의뿐만 아니라 그에 수반되는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 및 생태계에 대한 논의도 포함하고 있다. 한국도 조금 더 깊이 있게 고민해보고 생각해보아야 할 논의는 “기후변화 대응 기술”이 무조건 좋은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가령, 인위적으로 탄소를 포집하여 땅에 묻는 기술은 이제 어느 정도 실험 단계에서 벗어나기는 하였으나, 아직까지 학계에서는 이에 대한 찬반이 극명한 것 또한 사실이다. 발전된 몇몇 기술들이 온실가스를 혁신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지나친 환상은 금물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에너지 모델링 학계에서는 탄소 포집 기술 없이도 파리기후변화협약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다는 연구도 나오고 있다.

기술 하나만으로 모든 것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기술만능주의 또한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유럽이 한국과 다른 점이라면, “기술”뿐만 아니고, “에너지 기술 시스템”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는 수많은 학술 및 정부 회의에서 기후변화 “기술”만 강조되고,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 및 “생태계”에 대한 논의가 많이 빠진 것은 아쉽다 하겠다. “기술”의 발전에 대한 논의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에너지 시스템”에 대한 논의도 필수적이다. 이에 한국 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이 기술, 사회시스템, 생태계가 모두 포함되어 있도록 폭넓게 그려지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점검해봐야 할 때이다.

한국보다 먼저 기후대응 기술에 많은 투자를 해온 유럽의 모델을 보고 배울건 배우고 고칠건 고쳐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는 한 가지의 문제가 아닌 복합적인 이유로 발생한 것이기에 경제, 정치 등 모든 분야에서 합심해서 대응해야한다.

 

반응형

댓글